[한경 CFO Insight] CFO 스토리=박종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그룹 부사장
올 상반기 타이어업계는 ‘자동차발(發) 보릿고개’를 겪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방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자 타이어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1위 업체인 한국타이어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701억원(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매출도 작년보다 22% 줄어든 1조364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그룹의 재무 총책임자인 박종호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나치게 보수적인 사업 전략을 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점진적인 경기 회복을 전제로 ‘달성가능한 범위 내에서 도전적인(achievable stretch)’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한 박 부사장은 국세청과 재정경제부 세제실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LG전자 미국 지역본부 최고재무책임자(CFO), 한온시스템 경영기획본부장 등 기업에서의 경험도 풍부하다. 한국타이어에서는 2011년부터 재무회계담당을 맡아 올 1월 그룹 재무 전반을 책임지는 재경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박 부사장은 부임 직후 코로나19 격변기 속에서 기업의 곳간을 책임져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허리띠만 졸라매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박 부사장은 “현실의 어려움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합리적 낙관주의’가 더 중요해지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흔히 CFO라고 하면 보수적일 것이라는 선입관이 있는데 기업의 중장기적 성공을 위해서는 CFO가 변화의 혁신을 이끄는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공식 직함이 ‘CFO’가 아니라 ‘경영지원총괄’인 것도 이같은 역할 때문이다. 박 부사장이 맡고 있는 경영지원총괄은 재무부터 인사, 총무까지 두루 책임진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 각 부문이 함께 시너지를 내게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가 앞당겨지면서 타이어업계도 전기차용 타이어를 개발하는 등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박 사장은 “물론 변동성이 워낙 큰 시기이기 때문에 고정비 축소는 불가피하지만 본질적인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인재 양성, 전략적 설비 투자는 최우선 순위에 두고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사장은 이를 위해 일상부터 바꿨다. 그는 “경제와 산업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장기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더 중요해졌다”며 “이전보다 더 일찍 출근해서 공식 일정 시작 전에 사업 계획에 대해 고민하거나 젊은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도 갖는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권영수 LG그룹 부회장을 ‘롤모델’로 꼽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LG유플러스 대표 시절 사원, 대리, 과·차장 직급별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여는 등 ‘소통 경영’으로 유명했다.

꾸준한 R&D 투자로 성과도 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테슬라의 주력 차종인 ‘모델3’에 이어 포르쉐의 첫 순수 전기차 ‘타이칸’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기로 했다. 전기차 특유의 빠른 반응성과 높은 가속력을 감안해 접지력(차량이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능력), 제동성 등을 높인 것이 호평을 받았다. 3분기부터 북미, 유럽 지역의 완성차업체 공장 가동이 속속 재개되면서 타이어 시장도 회복세에 접어든 것도 호재다. 교체용 타이어 수요도 안정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박 부사장은 “CFO 역할의 핵심은 전략·기획·경영분석·혁신”이라며 “회사 경영전반의 광범위한 참여를 통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