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칼럼] '기업'과 '기업인'은 다르다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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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기업·기업인 정서 깔린 궤변
자기비하·사대주의론 자멸뿐
경쟁당국도 국익을 생각해야"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박사
자기비하·사대주의론 자멸뿐
경쟁당국도 국익을 생각해야"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박사
![[안현실 칼럼] '기업'과 '기업인'은 다르다는 그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010/07.23097481.1.jpg)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기업’과 ‘기업인’은 다르다는 것이다. 개인과 보이지 않는 법인의 차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 사람들은 “기업과 기업인이 동일하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돼 있는 동안 삼성전자가 휘청거렸어야 맞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삼성전자가 잘나가는 게 기업인과 상관없다는 시그널이란 것이다. 오너가 아니라 대주주 경영자일 뿐이란 주장도 더해진다. 소위 공정경제 3법은 기업인이 아니라 기업을 위한 법이라는 주장은 소유경영에 대한 적개심을 보여준다. 이 논리라면 법안을 우려하는 기업인들은 기업을 위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얘기가 된다.
이들이 말하는 공정도 균형감을 상실하고 있다. ‘소수 주주 보호’ 는 그럴듯하게 들린다. 기본적으로 자기 몫에 비례하는 권리 행사를 넘어 다수의 소수 주주를 끌어모아 소수의 다수 주주를 무력화시키는 게 공정인지 의문이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찬성론자들은 국내기업의 경영 수준이 형편없다고 말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기업 수준밖에 안 되고 지배구조도 후진적이기 짝이 없다는 식이다. 그 말이 맞다면 국내에서 글로벌 1등 기업이 어떻게 속속 나오고 있는지 묻고 싶다.
자국 기업을 비하하는 지독한 사대주의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외국에도 없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 그렇다. 찬성하는 쪽에선 제도를 도입해 보고 일정 기간 지나 자율을 확대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한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기업이 왜 실험대상이 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원칙대로 경영하면 헤지펀드 공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 번도 기업 경영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나라 정치의 재벌개혁 타령도 그렇다. 그토록 우려먹었으면 멈출 때도 됐건만 끝이 없다. 전 세계에 있는 규제란 규제는 다 끌고와 재벌개혁으로 포장을 한다.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는 세 가지 불확실성을 말했다. 통계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리스크, 통계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모호성, 그리고 예측이 불가능한 진짜 불확실성이다. 우리가 직면한 상황이 진짜 불확실성에 가깝다면 믿을 건 기업가 정신밖에 없다. 시대정신은 공정경제 3법 통과가 아니라 정치인이 기업인에게 겸허하게 길을 묻는 것이다.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