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자동 운전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운전은 승마처럼 취미로 남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29일 소프트뱅크그룹의 연례 콘퍼런스인 ‘소프트뱅크월드 2020’의 기조 강연자로 나서 “인공지능(AI)이 사회 전체를 바꿀 것”이라며 이같이 예상했다.

지난 9월 엔비디아가 소프트뱅크로부터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인 ARM을 450억달러(약 51조원)에 인수하면서 두 사람은 반도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주인공이 됐다.

손 회장은 컴퓨터가 AI와 결합하면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개발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컴퓨터가 자체적으로 인식하고 계획까지 세우는 과정을 초고속으로 수행하면서 지금까지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젠슨 황 CEO
젠슨 황 CEO
황 CEO는 “팬데믹(대유행)과 같은 생물학적 위협의 유일한 대책은 바이러스를 최대한 빨리 발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인데 AI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연간 1조달러가 넘는 사이버범죄 피해도 AI로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범죄 패턴을 분석해 부정행위를 1000분의 2초 만에 적발한다는 것이다.

그는 소매업이 AI를 활용해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물류 관련 손실을 제거하면 2%에 불과한 이익률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AI가 인간처럼 생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비행기가 새와 다른 방식으로 더 빨리, 더 멀리 나는 것처럼 AI도 ‘생각’과 비슷한 행위를 한다”고 반박했다.

손 회장은 인류가 창조적인 활동에 시간을 더 쏟을 수 있는 것도 AI가 시간 제약을 없앤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주요한 이동 수단이었던 승마가 자동차 등장 이후 취미 활동으로 바뀐 것처럼 운전 역시 자동 운전 기술에 뒤처져 취미로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