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 이사회, 더 깐깐해진다…자기자본 1% 넘는 투자 모두 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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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가 제안하자 전폭 수용
1.5%에서 1%로 기준 더 강화
1300억 넘을 땐 승인받아야
"일 더 하겠다"는 사외이사들
"이사회 보고 간소화하겠다"
사측 제안은 5명 모두가 반대
1.5%에서 1%로 기준 더 강화
1300억 넘을 땐 승인받아야
"일 더 하겠다"는 사외이사들
"이사회 보고 간소화하겠다"
사측 제안은 5명 모두가 반대
지난 7월 21일 SK(주) 이사회에서 안건 하나가 부결됐다. ‘이사회에 투자안을 올릴 때 보고를 간소화하겠다’며 사측이 낸 규정 변경안이었다. 이사회 멤버 9명 중 사외이사 5명이 모두 ‘반대’ 표를 던졌다. 사외이사들은 “보고를 간소화하면 의사결정은 빨라질 수 있겠지만, 이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병호 사외이사는 “이번 기회에 이사회 기능을 더 강화하자”는 의견을 냈다. “SK(주)의 핵심사업인 신규 투자를 보다 촘촘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들이 모두 동의했다. SK(주) 이사회는 지난 27일 회의에서 “이사회가 반드시 승인해야 하는 투자액 규모를 기존 자기자본의 1.5% 이상에서 1% 이상으로 강화한다”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SK(주) 이사회는 투자의 적절성 등을 심의한다. 모든 투자 사안을 들여다볼 수 없어 자기자본의 1.5% 이상에 해당하는 투자만 살펴봤다. SK(주)의 지난해 자기자본금(13조4026억원)을 감안하면 2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이사회 승인 대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금액이 1300억원 안팎으로 내려간다. 자기자본의 1% 이상으로 이사회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17년 이후 진행된 투자에 이 기준을 들이대면 안건이 25%나 늘어난다. 이사회에서 처리할 안건이 앞으로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김 사외이사는 “이사회 권한이 비교적 강한 금융지주사가 자기자본의 1% 이상 투자 시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며 “투명 경영에 강력한 의지를 가진 SK(주)라면 이 정도는 감당해야 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지낸 금융 전문가다.
SK(주)는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기 2~3주 전 안건을 우선 공지한다. 이후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거버넌스위원회’가 논의한다. 독립성과 투명성을 위해 거버넌스위원회에 사측 임원들은 참여하지 않는다.
사외이사들은 투자의 적절성 등을 따지고 고칠 게 있으면 의견을 낸다. 최종적으로 이사회에 올라오는 안건은 최소 두 차례 이상 사외이사들의 검토를 거치는 셈이다. 사측이 지난 7월 이사회 보고를 간소화하겠다고 제안한 이유였다.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승인 대상이 되는 투자 기준 금액을 바꾸기 전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방향성엔 동의하지만 회사 규모가 더 커지면 자기자본도 늘 텐데 그럼 나중에 또 이 비율을 낮춰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자기자본비율로 하지 말고 1000억원, 2000억원 등 금액으로 하는 것은 어떤가”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 사외이사는 “결론적으로 1% 이상으로 했지만, 사외이사 간 논쟁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이후 최태원 SK그룹 회장 대신 고려대 총장을 지낸 염재호 사외이사가 의장이 됐다. 감사 기능도 막강하다. 감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 사외이사를 뒷받침하는 별도의 스태프 조직까지 올초 신설했다.
SK(주)의 이사회 중심 경영은 외부에서도 높이 평가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2018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우수기업 평가에서 SK(주)를 ‘대상’에 선정했다. 이사회와 감사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월드에도 작년까지 8년 연속 편입됐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회 중심 경영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부족한 점은 계속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병호 사외이사는 “이번 기회에 이사회 기능을 더 강화하자”는 의견을 냈다. “SK(주)의 핵심사업인 신규 투자를 보다 촘촘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들이 모두 동의했다. SK(주) 이사회는 지난 27일 회의에서 “이사회가 반드시 승인해야 하는 투자액 규모를 기존 자기자본의 1.5% 이상에서 1% 이상으로 강화한다”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외이사들 “일을 더 하겠다”
SK그룹 지주사인 SK(주)는 신규 사업 발굴과 투자를 주로 한다. 2017년 중국 물류기업 ESR에 투자하고 2018년에는 미국 원료의약품 제조사 앰팩을 통째로 인수했다. 100여 명의 투자 전문 인력이 웬만한 벤처캐피털 못지않은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SK(주) 이사회는 투자의 적절성 등을 심의한다. 모든 투자 사안을 들여다볼 수 없어 자기자본의 1.5% 이상에 해당하는 투자만 살펴봤다. SK(주)의 지난해 자기자본금(13조4026억원)을 감안하면 2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이사회 승인 대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금액이 1300억원 안팎으로 내려간다. 자기자본의 1% 이상으로 이사회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17년 이후 진행된 투자에 이 기준을 들이대면 안건이 25%나 늘어난다. 이사회에서 처리할 안건이 앞으로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김 사외이사는 “이사회 권한이 비교적 강한 금융지주사가 자기자본의 1% 이상 투자 시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며 “투명 경영에 강력한 의지를 가진 SK(주)라면 이 정도는 감당해야 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지낸 금융 전문가다.
안건은 최소 세 차례 검토
SK(주) 사외이사들은 “깐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자 사안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한다. 미리 중요한 사안을 통보받고, 별도의 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영향이다.SK(주)는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기 2~3주 전 안건을 우선 공지한다. 이후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거버넌스위원회’가 논의한다. 독립성과 투명성을 위해 거버넌스위원회에 사측 임원들은 참여하지 않는다.
사외이사들은 투자의 적절성 등을 따지고 고칠 게 있으면 의견을 낸다. 최종적으로 이사회에 올라오는 안건은 최소 두 차례 이상 사외이사들의 검토를 거치는 셈이다. 사측이 지난 7월 이사회 보고를 간소화하겠다고 제안한 이유였다.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승인 대상이 되는 투자 기준 금액을 바꾸기 전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방향성엔 동의하지만 회사 규모가 더 커지면 자기자본도 늘 텐데 그럼 나중에 또 이 비율을 낮춰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자기자본비율로 하지 말고 1000억원, 2000억원 등 금액으로 하는 것은 어떤가”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 사외이사는 “결론적으로 1% 이상으로 했지만, 사외이사 간 논쟁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까지
SK(주)의 이사회 중심 경영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작년 3월엔 이사회 의장 자격 요건을 완화했다. 기존에는 회사 대표만 할 수 있었는데, 사외이사를 포함해 등기이사는 누구나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했다.이후 최태원 SK그룹 회장 대신 고려대 총장을 지낸 염재호 사외이사가 의장이 됐다. 감사 기능도 막강하다. 감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 사외이사를 뒷받침하는 별도의 스태프 조직까지 올초 신설했다.
SK(주)의 이사회 중심 경영은 외부에서도 높이 평가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2018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우수기업 평가에서 SK(주)를 ‘대상’에 선정했다. 이사회와 감사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월드에도 작년까지 8년 연속 편입됐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회 중심 경영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부족한 점은 계속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