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조롱한 만평을 표지에 게재한 잡지가 28일(현지시간) 파리의 가판대 위에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랑스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조롱한 만평을 표지에 게재한 잡지가 28일(현지시간) 파리의 가판대 위에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 모욕 논란과 프랑스 역사 교사 참수 사건을 계기로 서방과 이슬람권 국가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터키 대통령 조롱 만평이 기름을 붓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는 28일(현지시간) 발간한 잡지 1면에 티셔츠와 속옷만 걸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히잡을 쓴 여성의 치마를 들어 올리는 만평을 실었다.

에르도안 대통령 옆 말풍선에는 "오, 예언자여!"라고 적었고, 제목은 "에르도안: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 그는 정말 재밌다"고 달았다.

로이터·AFP·dpa 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여당인 정의개발당(AK) 의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에브도의 만평을 "역겨운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 예언자(무함마드)에 대한 비열하고 비도덕적인 만평을 실었던 프랑스 잡지가 이번에는 표지에 나를 겨냥한 만평을 실었다고 들었다"며 격렬한 비난의 운을 뗐다.

이어 "나의 슬픔과 분노는 나에 대한 이 역겨운 공격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 잡지가 우리가 흠모하는 예언자에 대한 무례함의 원천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불행히도 우리는 이슬람과 무슬림들에 대한 증오, 우리 선지자에 대한 불경이 암처럼 번져가는 시대를 겪고 있다"면서 "특히 유럽의 지도자들 사이에서 그렇다"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을 겨냥했다.

그는 "이슬람을 공격하는 서방 국가들은 십자군 전쟁을 다시 시작하길 원한다"면서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공격에 저항하는 것은 우리에겐 명예의 문제"라고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터키 대통령실은 에브도의 에르도안 대통령 조롱 만평에 대해 "필요한 법적이고 외교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앙카라 검찰청은 이 만평에 대한 공식 수사를 개시했다고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이 전했다. 이에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날 에브도 잡지에 대한 터키 측의 비난이 "혐오스럽다"고 비난했다.

아탈 대변인은 프랑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며 "불안정화와 협박 시도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는 자신의 원칙과 가치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에브도는 지난 2006년부터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만평을 게재하면서 이슬람권의 큰 저항을 받아왔다. 특히 2015년 1월에는 파리 도심에 위치한 에브도 사무실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하면서 편집장인 스테판 샤르보니에르를 포함한 직원 10명과 경찰 2명 등 1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와 터키 간 이날 공방도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삼은 풍자만화를 주제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토론 수업을 진행한 프랑스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가 이달 초 이슬람 극단주의 청년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 뒤 유럽권과 이슬람권의 갈등이 고조되는 와중에 이뤄졌다.

파티 사건 이후 프랑스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마크롱 대통령은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파티를 옹호했다.

마크롱은 또 "자신들의 법이 공화국의 법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상이 문제"라면서 이슬람교를 직접 겨냥했다. 그러자 이슬람권인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마크롱을 향해 "정신치료가 필요하다" 등의 독설을 퍼부으며 강하게 비난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