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이 자신을 비판한 평검사 실명을 거론하며 "이렇게 커밍아웃 해줘 좋다"고 공개 저격하자 일선 검사들이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며 집단반발하고 있다.

30일 기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추미애 장관에 항의하는 검사들의 게시글과 댓글 등이 수십 건 게재됐다.

한 검사는 "커밍아웃 하면 구린 것이 많아 두렵긴 하다"면서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무도함과 치졸함, 그리고 반민주적 행태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 듯하므로 커밍아웃 한다"고 썼다.

또 다른 검사는 "작금의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아무리 '검찰개혁'으로 포장하고 윽박질러도 결국 '정치권력의 검찰권 장악'이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검사들은 실명으로 "밤에도 주말에도 일만 하는 평검사가 무슨 적폐라는 건가?" "모든 정치적 개입을 '검찰개혁'이란 단어로 억지 포장하는 건 몹시 부당하다" "평생 커밍아웃이란 걸 하게 될지 상상도 못했는데 오늘 저도 해야겠다" "(정권) 편을 들어주면 공정한 것이고, 편 안 들어주면 불공정인가" 등 의견을 남겼다.

추미애 장관이 검찰 내부반발을 잠재우려 평검사 실명을 거론하며 압박한 게 오히려 역풍을 맞은 셈이다.

앞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이프로스에 실명으로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며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됐다"면서 "먼 훗날 부당한 권력이 검찰장악을 시도하며 2020년 법무장관이 행했던 그 많은 선례들을 교묘히 들먹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추미애 장관은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이환우 검사는 동료검사 약점 노출을 막으려 피의자를 20일간 독방에 구금하고 가족면회까지 막은, 부적절하게 권한을 남용한 검사'라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면서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는 글을 남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같으날 자신의 SNS에 "추미애 장관을 공개 비판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는 글을 적으며 추 장관을 옹호했다.

이에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는 이날 이프로스에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와 동일하게 '현재와 같이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우리 사법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므로 저 역시 커밍아웃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최재만 검사는 최병렬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조카이자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원내대표를 역임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최재만 검사는 "이 검사가 '최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가 크게 훼손됐다'는 우려를 표한 게 개혁과 무슨 관계냐"고 지적했다.

이어 "혹시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개혁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법무부는 전 장관에 대한 수사 이후 수사지휘권을 남발하며 인사권, 감찰권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검찰을 압박하고, 검사들의 과거 근무경력을 분석해 편을 가르고 정권에 순응하지 않거나 비판적인 검사들에 대해선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세력인 양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재만 검사는 "검사들은 결코 검찰개혁에 반발하지 않는다"며 "다만 장관 지휘권이 수차례 남발되고 검찰총장 사퇴를 종용하며, 정부와 법무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는다고 낙인찍은 검사들은 인사에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사들 반발에 추미애 장관과 조국 전 장관은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사들의 '나도 커밍아웃'이 유행인가"라며 "작은 검찰개혁의 움직임에도 저토록 극렬히 저항하면서, 어제 김학의 재판을 보고서는 무슨 생각들을 하였을까? 국민들은 '자성의 커밍아웃' 을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