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 시대의 도래로, 연 1% 이자의 은행 예금도 찾기 힘들어졌다. 이제 자산증식을 위한 투자는 필수다.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투자상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가를 통해 들어본다.[편집자주]
"미국 대선이 원자재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미국 대선 자체는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내년 유가는 지금보다는 한 단계 상승한 40~55달러(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범위 안에서 등락할 것입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원자재를 담당하는 최진영 선임연구원은 1일 "지금 국제 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지기 전의 50~60%를 회복한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가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진 지난 3월11일(현지시간) 이후 지난 23일까지 20.83%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폭락했던 유가가 일부 빠르게 회복한 것이다. 최 연구원은 한경닷컴과 만나 원유가 어떤 자산인지, 향후 유가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와중에 20%] 최진영 "美대선, 누가 되든…내년 유가 40~55달러"

원유, 우리가 아는 기름 아냐?

원유는 땅속 깊은 곳에서 채굴한 탄화수소의 혼합물이다. 어떠한 가공 과정도 거치지 않은 원유는 분별증류를 통해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등으로 분리되고, 자동차 비행기 선박 등의 연료로 쓰인다. 증류를 하고 남은 찌꺼기인 아스팔트는 도로를 까는 데 사용된다. 우리의 실생활과 아주 밀접해 있다.

자산의 성격으로 본다면 위험자산이다. 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쓰이는 만큼 경기에 민감한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으면 그 만큼 기름 소비량이 늘어나게 된다. 때문에 유가는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는 사람과 사람 간의 인적 교류는 물론, 물건이 이동하는 물적 교류를 단절시켰다. 쉼 없이 돌아가야 할 공장은 멈췄고, 기름의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더해져 유가는 추락했다.

최진영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유가가 급락했다"며 "저점에서 빠르게 반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었고,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감산 공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중에 20%] 최진영 "美대선, 누가 되든…내년 유가 40~55달러"

원유시장 핫 이슈는 美 대선

미국 대선은 모든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이벤트다. 원유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오는 3일 열리는 미국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초반 분위기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쪽으로 기우는 듯했지만, 바이든 차남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샤이 트럼프'(숨은 트럼프 지지자)가 다시 결집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미국 대선이 원유 전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달러화의 방향 때문이다.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는 달러화 표시 자산(달러화로 거래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달러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자재는 약세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반대로 원자재는 강세를 보인다.

최 연구원은 "과거 미국 대선 기간을 살펴보면 대선이 있었던 해의 9월과 10월 달러화가 강세였다"며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가지고 있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성격이 부각되며 단기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공약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바이든의 경우 '친환경'이 주요 공약이다. 친환경 그린 뉴딜에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고,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추진하는 등 환경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 정권에서 빠르게 성장한 셰일 기업들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셰일 기업들의 압박은 원유 공급에 영향을 미쳐 단기적으로 유가가 상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트럼프의 경우 현 기조를 유지하면서 유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정권 당시와 유사한 정책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란과의 핵 협정을 다시 이끌어내고 원유 파이프라인 증설을 막는 등 셰일 기업들을 압박, 유가의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美 대선, 단기 변동성 요인…결국 누가되든 박스권

다만 최 연구원은 미 대선에서 누가 되든 유가의 변동성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기에 들어섰던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섰고, 내년엔 확장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는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인프라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경제 회복을 돕고 경기에 민감한 자산인 원유 가격 역시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내 실업률이 높아진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재정을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금 투입이 이뤄지면서 경기가 회복, 유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최 연구원은 내년 유가는 WTI 기준 40~55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승 요인이 많지만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10개 산유국의 연대체)가 급등하는 유가를 그대로 두고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투자를 선택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최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미국 대선 변동성 구간을 기회로 삼아 단기적인 매매를 시도하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하락할 때마다 사들였다가(저점 매수) 내년 유가가 상승했을 때 파는 것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