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하며 한국을 갈취(extort)하는 식의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또 원칙에 따라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한편 한·미 동맹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후보는 29일(현지시간) 연합뉴스를 통해 한국에 보낸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Hope for Our Better Future)’이란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고 있는 그는 “대통령으로서 우리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압박한 트럼프에 대해 ‘갈취’ 표현까지 쓰며 반대한 것이다. 한·미 방위비 협상은 양국 간 입장 차이로 장기 교착 상태다.

바이든 후보는 대북 외교 정책과 관련해 “나는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추구하고 비핵화한 북한과 통일된 한반도를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 간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트럼프식 ‘톱다운(하향식)’ 외교를 지양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한·미 동맹, 같이 갑시다" 외친 바이든
한국인 이민자 '시민권 로드맵'도 언급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북한에 있는 가족과 이별한 한국계 미국인을 재회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대북 교류에 열린 태도를 보였다.

바이든은 또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한국은 전 세계에 ‘한강의 기적’을 보여줬고 번영하는 민주주의와 경제 강국의 빛나는 모범이 됐다”며 “한국전쟁 이후 성취한 모든 것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품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동맹에는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든은 “한·미 동맹은 피로 맺어진 관계”라며 “공동 번영과 가치, 안보 증진, 국제사회의 도전에 대한 대처에서 한국과 미국은 강력한 동맹”이라고 했다. 또 “1903년 1월 13일 하와이의 첫 이민자부터 지금 우리를 이끄는 기업인, 사업가까지 한 세기 이상 한국계 미국인은 미국을 강하게 했다”며 “200만여 명에 달하는 한국계 미국인이 미국 사회를 위해 이룬 헤아릴 수 없는 기여에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나는 미국으로 건너와 열심히 일하는 이민자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일생을 싸워왔다”며 “이민 시스템을 수정해 미등록 한국인에 대한 시민권 로드맵을 제공하고 한국인 입양아가 미국인으로 인정되는 등의 일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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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상원의원이던 2002년 한인 이민 100년을 기념하는 결의안 통과에 관여한 사실을 거론하며 “결의안은 미국이 세계에 자유와 희망의 횃불로 우뚝 서도록 도와준 한국계 미국인 공동체의 용기·희생·성공을 인정하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많은 한국인이 고향을 떠나 엄청난 희생을 한 결과 자녀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할 수 있었다”며 “모든 한국계 미국인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공정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기고문(사진) 끝에는 한미연합사령부 구호이자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문구인 ‘Katchi Kapshida(같이 갑시다)’라고 썼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