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엔 긴 줄, 거리엔 '노마스크'…핼러윈의 밤은 뜨거웠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사진 찍어도 될까요?” 지나가던 한 여성이 영화 ‘조커’ 주인공 분장을 한 남성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 남성은 여성과 어깨동무를 하고 머리를 맞댄 채 포즈를 취했다. 여성 얼굴에 마스크는 없었다. 이 여성은 “일년에 한번 뿐인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왔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제 잠잠해지지 않았느냐”고 했다.
‘NO’ 마스크, 실종된 거리두기
이날 밤 이태원 최대 상권인 해밀턴호텔 뒤편 세계음식문화거리는 골목 입구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가 지난달 30일 마련한 ‘방역 게이트’는 무용지물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소독약이 분사되는 방역 게이트가 없는 입구로 발길을 향했다.

골목 사이사이 들어선 술집도 대부분 만석이었다. 편의점 앞도 두세명씩 짝을 이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태원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지난해 핼러윈 때보다는 손님 수가 절반 수준이지만 지난 5월 이태원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풍선효과’로 감성주점 북적
강남역 일대와 홍대클럽거리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강남역의 한 헌팅술집은 입구에서 50여명이 입장을 기다렸다.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은 채 가게 입구로 이어진 좁은 계단에 한 줄로 모여 있었다. 경찰관 복장을 한 직원이 “언제 자리가 날지 모른다”고 하자 대기하던 여성 세 명은 발길을 돌렸다.
홍대클럽거리도 대기 줄이 인도를 가득 메워 길을 오가기 힘들었다. 인근 감자탕집 직원은 “사람이 모여 상권이 살아난 것은 좋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기·대전으로 ‘원정 유흥’도
정부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전국 유흥시설을 점검했다. 서울 클럽 22곳과 감성주점 46곳은 자진휴업에 나섰다.경기 대전 등으로 ‘원정 유흥’을 떠난다는 글도 올라왔다. 자신을 수원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 웨이터라고 소개한 네티즌은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제한적으로 영업을 했지만 고객이 밀려와 정상 영업한다”고 적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장소가 어디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모인 것 자체가 문제”라며 “밀폐된 공간에 사람이 많이 모이면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