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만류에도 자산관리 사업 올인…UBS를 톱에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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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위기서 등판해 UBS 구한 세르지오 에르모티 CEO
'리보 조작·임의 매매'로 신뢰 추락
"WM 매각·IB 철수하자" 요구에
오히려 PB·투자은행 부문 강화
자산규모 1조弗서 2.6조弗로 급증
"리더는 직감 갖고 과감한 결정해야"
코로나 확산에도 승승장구
'리보 조작·임의 매매'로 신뢰 추락
"WM 매각·IB 철수하자" 요구에
오히려 PB·투자은행 부문 강화
자산규모 1조弗서 2.6조弗로 급증
"리더는 직감 갖고 과감한 결정해야"
코로나 확산에도 승승장구
2011년 9월 스위스 금융기업 UBS가 발칵 뒤집혔다. 영국 런던지사 소속 파생상품 트레이더가 임의 매매로 20억달러의 손실을 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미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혐의로 조사받고 있던 UBS는 이 일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 유럽 국가부채 위기 여파로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와중이어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은 더욱 치명적이었다. 올해로 158년의 역사를 이어온 UBS에 최악의 위기였다고 금융 전문가들은 말한다.
당시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물이 세르지오 에르모티 최고경영자(CEO·사진)다. 에르모티는 2011년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뒤 9년간 UBS를 이끌면서 세계적 금융그룹으로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달 UBS를 떠난다. 내년부터는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회장을 맡는다. 글로벌 금융업계는 에르모티의 경영철학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그는 CEO 취임 이후 공격적인 구조 혁신에 나섰다.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 거래 부문 인력 1만 명을 구조조정하는 등 투자은행 부문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 대신 프라이빗뱅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높이며 개인고객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했다. 고액 자산가들을 투자은행 부문으로 유도해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자문 서비스 고객으로 유치하려는 전략도 깔려 있었다.
당시 UBS 안팎에서는 “자산관리 부문을 매각하고, 임의 매매 문제가 불거진 투자은행의 영업을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에르모티는 자산관리 부문 강화와 투자은행 부문 다시 세우기에 집중했다. 그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UBS가 굴리는 자산 규모는 기존 1조달러에서 2조6000억달러로 급증했다. 크레디트스위스 등 경쟁사들은 UBS 전략을 잇따라 모방했다. 에르모티는 “리더는 자신의 직감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UBS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 3분기 순이익은 약 2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15억57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기반이 탄탄한 투자은행과 자산운용 부문이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 부문은 지난해 3분기보다 268% 증가한 6억3200만달러의 세전이익을 거뒀다. 자산관리 부문의 세전이익은 7억3900만달러로 495% 뛰었다.
수년간 진행 중인 디지털 강화 전략도 이 같은 성장을 뒤받침했다는 분석이다. UBS는 2017년부터 매년 약 35억달러를 디지털 전환에 투자하고 있다. 2022년까지 매출의 10% 이상을 계속 투자할 계획이다. UBS의 디지털 전략은 △디지털 고객 확대 △디지털을 통한 대면 서비스 품질 개선 △핀테크(금융기술) 역량 확보 등이 골자다. 자산관리사의 대면 서비스를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자산관리 플랫폼 ‘어드바이스 어드밴티지’ 등을 속속 내놨다.
1985년에는 씨티은행에 입사해 주식연계 상품을 거래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로부터 2년 뒤에는 메릴린치로 이직해 글로벌증권담당 공동대표와 투자은행 부문 이사 등을 거쳤다. 이때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최고경영자과정(AMP)을 수료했다. 2005년에는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은행 투자은행 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2007~2010년 부대표를 맡았다. 이듬해 4월 UBS 유럽·중동·아프리카지역 사업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임의 매매 논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오스발트 그뤼벨 CEO에게서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에르모티는 스위스 금융업계에서 유명한 ‘축구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경영철학도 축구처럼 직원들 간 팀워크를 강조한다. 그는 “팀원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일해야 한다”며 “조직과 고객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팀원이 있다면 반드시 문제가 터져나온다”고 강조했다.
UBS 신임 CEO로는 랠프 해머스 ING그룹 회장이 이달 1일 취임했다. 악셀 베버 UBS 회장은 “에르모티는 150년이 넘는 UBS 역사에 성공적인 장면을 추가한 인물”이라며 “해머스도 은행업계를 아우르는 변화를 통해 회사를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당시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물이 세르지오 에르모티 최고경영자(CEO·사진)다. 에르모티는 2011년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뒤 9년간 UBS를 이끌면서 세계적 금융그룹으로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달 UBS를 떠난다. 내년부터는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회장을 맡는다. 글로벌 금융업계는 에르모티의 경영철학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직감을 믿어라”
에르모티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잘한 일은 남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었다”며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CEO 취임 이후 공격적인 구조 혁신에 나섰다.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 거래 부문 인력 1만 명을 구조조정하는 등 투자은행 부문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 대신 프라이빗뱅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높이며 개인고객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했다. 고액 자산가들을 투자은행 부문으로 유도해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자문 서비스 고객으로 유치하려는 전략도 깔려 있었다.
당시 UBS 안팎에서는 “자산관리 부문을 매각하고, 임의 매매 문제가 불거진 투자은행의 영업을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에르모티는 자산관리 부문 강화와 투자은행 부문 다시 세우기에 집중했다. 그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UBS가 굴리는 자산 규모는 기존 1조달러에서 2조6000억달러로 급증했다. 크레디트스위스 등 경쟁사들은 UBS 전략을 잇따라 모방했다. 에르모티는 “리더는 자신의 직감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UBS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 3분기 순이익은 약 2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15억57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기반이 탄탄한 투자은행과 자산운용 부문이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 부문은 지난해 3분기보다 268% 증가한 6억3200만달러의 세전이익을 거뒀다. 자산관리 부문의 세전이익은 7억3900만달러로 495% 뛰었다.
수년간 진행 중인 디지털 강화 전략도 이 같은 성장을 뒤받침했다는 분석이다. UBS는 2017년부터 매년 약 35억달러를 디지털 전환에 투자하고 있다. 2022년까지 매출의 10% 이상을 계속 투자할 계획이다. UBS의 디지털 전략은 △디지털 고객 확대 △디지털을 통한 대면 서비스 품질 개선 △핀테크(금융기술) 역량 확보 등이 골자다. 자산관리사의 대면 서비스를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자산관리 플랫폼 ‘어드바이스 어드밴티지’ 등을 속속 내놨다.
뛰어난 실무감각
스위스 남부 도시 루가노 출신인 에르모티는 15세라는 어린 나이에 금융업계에 뛰어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루가노에 있는 코르네르은행에서 주식 중개인 수습생으로 일을 시작했다.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기로 한 것이다.1985년에는 씨티은행에 입사해 주식연계 상품을 거래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로부터 2년 뒤에는 메릴린치로 이직해 글로벌증권담당 공동대표와 투자은행 부문 이사 등을 거쳤다. 이때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최고경영자과정(AMP)을 수료했다. 2005년에는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은행 투자은행 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2007~2010년 부대표를 맡았다. 이듬해 4월 UBS 유럽·중동·아프리카지역 사업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임의 매매 논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오스발트 그뤼벨 CEO에게서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에르모티는 스위스 금융업계에서 유명한 ‘축구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경영철학도 축구처럼 직원들 간 팀워크를 강조한다. 그는 “팀원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일해야 한다”며 “조직과 고객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팀원이 있다면 반드시 문제가 터져나온다”고 강조했다.
UBS 신임 CEO로는 랠프 해머스 ING그룹 회장이 이달 1일 취임했다. 악셀 베버 UBS 회장은 “에르모티는 150년이 넘는 UBS 역사에 성공적인 장면을 추가한 인물”이라며 “해머스도 은행업계를 아우르는 변화를 통해 회사를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