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이 연 3000만원이 넘는 비공개 '직책 수행 경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타 공공기관장 26명 중 15명은 장관급 국무위원보다 더 많은 직책 수행비를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제출받은 '과기정통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장 직책수행경비 지급 내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과기부 산하 26개 기타 공공기관은 기관장에게 연 평균 3010만원의 직책수행경비 또는 이에 준하는 직책수당, 직책판공비, 직위보조비 등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차관급 보조기관장 직책경비 기준(1620만원)을 훌쩍 넘고 국무위원 직책수행경비(2970만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직책수행경비는 고위직 공무원이 해당 위치에서 대내외 관계를 원만히 이끌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품위 유지비'로 지출 세부 내역은 공개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예산편성지침을 통해 직급별 기준단가를 정하고 있지만 기타 공공기관의 경우 사실상 자율적으로 기관장의 직책수행경비를 책정한다.

기관별로 보면 과학기술연구회는 4800만원, 한국과학기술원은 4560만원을 기관장에게 직책경비 개념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달에 400만원 꼴(과학기술연구회 기준)로 사실상의 추가보수를 지원받는 셈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3600만원) 등 과기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 26곳 중 15곳이 국무위원 기준(2970만원)보다도 더 많은 직책수행비를 받았다. 나머지 11곳 역시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1340만원)를 제외한 10개 기관의 직책수행경비가 장·차관급 기관장 기준(1620만원)을 넘어섰다.
이들 공공기관이 중앙 부처와 비교해 과도하게 높은 직책수행 경비를 편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의원은 "직책수행경비 편성을 각 기관 자율에 맡겨둘 경우 통제를 받는 기본연봉 대신 직책수행경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기관장 보수를 늘릴 수 있다"며 "성과가 부진한 기관도 성과급 부족분을 수당 인상을 통해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기관장에 대한 성과연봉제를 둔 취지도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들 기관들 중 상당수는 기관장 기본연봉이 똑같이 적용되고, 경영평가 성과급 역시 대부분의 기관이 같은 금액을 받고 있다. 기관장들의 연봉 차이는 사실상 직책수행경비와 복리후생비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기관의 경우 기관장에게 복지포인트까지 우대해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복지포인트는 전직원에게 동일하게 기본포인트를 주고, 근속년수와 부양가족 등에 따라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배분한다. 통상적으로 근속연수가 짧은 기관장이나 임원들에게 일반직원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기관장들은 고액의 복지포인트를 수령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3개 공공기관들은 예외 규정을 만들어 기관장에게 최대 근속연수에 해당하는 복지포인트를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의원은 "복지포인트는 직원에 대한 복리후생의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인데 기관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기관장에게 복지포인트까지 우대해 주는 건 제도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