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전기자동차(EV)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일본전산이 2000억엔(약 2조1655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유럽을 중국에 이은 2대 전기차 구동모터 생산거점으로 키우기로 했고,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기술 개발을 위해 다른 업종은 물론 경쟁 기업과도 제휴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전산은 약 2000억엔을 들여 2023년까지 동유럽 세르비아에 연산 20만~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모터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유럽을 중국에 이어 2대 생산기지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중국 사업을 확대하는 데 주력한 일본전산이 유럽시장으로 눈을 돌린 건 유럽연합(EU)이 중국과 함께 세계 양대 친환경차 시장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유럽자동차공업회(ACE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전기모터와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자동차) 판매대수는 39만9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했다.

하이브리드카 기술은 앞서지만 전기차 기술은 상대적으로 뒤지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대응도 분주해지고 있다. 시장 조사회사 후지경제는 2035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1969만 대로 2019년보다 11.8배 늘어나는 반면 하이브리드카는 675만 대로 2.6배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선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강점이 있는 하이브리드카는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잡는 과정의 연결고리 역할에 머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분야에서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기술·생산 순혈주의’를 포기하는 대신 다른 기업과의 제휴에 적극 나섰다. 도요타는 스바루, 마쓰다와 전기차 및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배터리 선두주자인 파나소닉과는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세웠다. 닛산은 2023년까지 8종 이상의 전기차를 집중 투입해 연간 100만 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