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기본 요소부터 정립을…詩, 예전 작품 다시 보는 것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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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신춘문예 마감 D-30…선배 작가·前 심사위원의 조언
시나리오,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영화로서의 가능성 보여야
수필, 글쓴이의 생활 속에서 주제의식·구체성 잘 드러나야
시나리오,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영화로서의 가능성 보여야
수필, 글쓴이의 생활 속에서 주제의식·구체성 잘 드러나야
“분명 장편소설 부문인데 수필처럼 느껴지는 작품이 많았어요. 인물들의 개성도 전혀 살리지 못했고요. 문장은 멀쩡했는데 자세히 보면 독백 같은 상념만 늘어놓은 작품도 더러 있었습니다. 당선되려면 소설의 기본 구성 요소부터 명확하게 그려내야 합니다.”
2015 한경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자인 김의경 작가가 2021 한경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후배 작가들을 위해 던진 말이다. 2014년 《청춘파산》으로 당선돼 2018년 9월 두 번째 장편 《콜센터》(광화문글방)로 제6회 수림문학상을 받은 김 작가는 지난해 한경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예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탈락한 글 대부분은 수필식 소설부터 자서전 스타일의 소설까지 소설의 기본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을 갖추지 못한 글이 많았다고 한다. 김 작가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뚜렷한 인물이 없는 등 장편소설이 마땅히 갖춰야 할 요소를 갖추지 못한 채 단순히 단편소설을 늘려 쓴 듯한 소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은 쓰는 근육부터 서사구조까지 전혀 다른 장르라고 봐야 해요. 그런데 단편을 쓰듯 장편을 쓴 사람이 많았어요. 원고지 1000장 분량의 긴 이야기를 하려면 다양한 인물의 성격은 물론 구성도 좀 더 탄탄하게 머리에 들어와야 하는데 그냥 일기식으로 쓴 작품들도 있었고요. 요새 문학 트렌드가 페미니즘이라고 무작정 기성작가들의 페미니즘 소설을 흉내낸 것 같은 느낌의 소설도 있었죠. 모두 뽑히지 못했습니다.”
매년 가장 많은 예비 시인들이 응모하는 분야인 시 부문에서도 다양한 조언이 나왔다. 2014 한경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당선돼 등단한 이소연 시인은 “객관적 눈으로 자기 시를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스스로 출품할 시를 모을 때 최근 시만 보지 말고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예전 시들을 다시 꼼꼼히 보면 예전엔 안 보이던 뭔가 부족한 부분이 보일 것”이라며 “최근에 쓴 시는 다시 봐도 잘 써진 듯하기 때문에 거기에 현혹되지 말고 예전에 써 놨던 자기 시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시 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7년 한경 신춘문예로 등단해 올해 국내 메이저 문학상으로 꼽히는 ‘신동엽 문학상’을 받은 주민현 시인은 ‘개성 있는 시’를 이야기했다. 주 시인은 “잘 써 보이지만 기시감이 느껴지는 시보다 자신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시를 골라야 한다”며 “특히 5편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작품도 부족하지 않도록 작품의 편차가 최대한 없게 고르고 또 퇴고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시나리오 부문에선 ‘개연성’이 어느 장르보다 잘 드러나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지난해 한경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등장인물들이 왜 그런 사건을 벌여야만 했는지 설명해줘야 한다”며 “자세한 설명이 없더라도 사건이 납득돼야 하는데 설득력이 떨어지는 작품이 대부분 탈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영화로서 가능성이 보여야 한다는 점”이라며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들거나 해외 로케이션이 들어가는 장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출입이 어려운 지금 현실 속에서 자칫 배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8년 시작해 올해로 세 번째 당선자를 뽑게 될 수필 부문에선 ‘구체성’과 함께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잡아내야 한다는 게 최근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 수필 심사위원을 맡았던 서영인 문학평론가는 “스스로 말하고 싶어 하는 주제의식을 자기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끌고 가는지를 염두에 두고 심사했다”며 “관념적 이야기보다는 글쓴이 본인의 생활 속에서 어떤 주제의식을 발견하거나 구체성이 드러나도록 솔직하게 풀어내도록 써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정이현 작가는 “기술적으로 화려하고 강렬한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뻔한 감동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정제된 문장으로 담담하게 자기성찰을 하듯 풀어낸 작품을 읽었을 때 더 큰 감동을 느꼈다”며 “경험을 넋두리처럼 토로하기보다는 조금은 대상과 거리를 두고 경험을 객관화해 잔잔하고 은은한 파동을 던지는 듯한 수필을 써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2015 한경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자인 김의경 작가가 2021 한경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후배 작가들을 위해 던진 말이다. 2014년 《청춘파산》으로 당선돼 2018년 9월 두 번째 장편 《콜센터》(광화문글방)로 제6회 수림문학상을 받은 김 작가는 지난해 한경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예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탈락한 글 대부분은 수필식 소설부터 자서전 스타일의 소설까지 소설의 기본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을 갖추지 못한 글이 많았다고 한다. 김 작가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뚜렷한 인물이 없는 등 장편소설이 마땅히 갖춰야 할 요소를 갖추지 못한 채 단순히 단편소설을 늘려 쓴 듯한 소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은 쓰는 근육부터 서사구조까지 전혀 다른 장르라고 봐야 해요. 그런데 단편을 쓰듯 장편을 쓴 사람이 많았어요. 원고지 1000장 분량의 긴 이야기를 하려면 다양한 인물의 성격은 물론 구성도 좀 더 탄탄하게 머리에 들어와야 하는데 그냥 일기식으로 쓴 작품들도 있었고요. 요새 문학 트렌드가 페미니즘이라고 무작정 기성작가들의 페미니즘 소설을 흉내낸 것 같은 느낌의 소설도 있었죠. 모두 뽑히지 못했습니다.”
매년 가장 많은 예비 시인들이 응모하는 분야인 시 부문에서도 다양한 조언이 나왔다. 2014 한경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당선돼 등단한 이소연 시인은 “객관적 눈으로 자기 시를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스스로 출품할 시를 모을 때 최근 시만 보지 말고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예전 시들을 다시 꼼꼼히 보면 예전엔 안 보이던 뭔가 부족한 부분이 보일 것”이라며 “최근에 쓴 시는 다시 봐도 잘 써진 듯하기 때문에 거기에 현혹되지 말고 예전에 써 놨던 자기 시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시 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7년 한경 신춘문예로 등단해 올해 국내 메이저 문학상으로 꼽히는 ‘신동엽 문학상’을 받은 주민현 시인은 ‘개성 있는 시’를 이야기했다. 주 시인은 “잘 써 보이지만 기시감이 느껴지는 시보다 자신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시를 골라야 한다”며 “특히 5편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작품도 부족하지 않도록 작품의 편차가 최대한 없게 고르고 또 퇴고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시나리오 부문에선 ‘개연성’이 어느 장르보다 잘 드러나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지난해 한경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등장인물들이 왜 그런 사건을 벌여야만 했는지 설명해줘야 한다”며 “자세한 설명이 없더라도 사건이 납득돼야 하는데 설득력이 떨어지는 작품이 대부분 탈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영화로서 가능성이 보여야 한다는 점”이라며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들거나 해외 로케이션이 들어가는 장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출입이 어려운 지금 현실 속에서 자칫 배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8년 시작해 올해로 세 번째 당선자를 뽑게 될 수필 부문에선 ‘구체성’과 함께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잡아내야 한다는 게 최근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 수필 심사위원을 맡았던 서영인 문학평론가는 “스스로 말하고 싶어 하는 주제의식을 자기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끌고 가는지를 염두에 두고 심사했다”며 “관념적 이야기보다는 글쓴이 본인의 생활 속에서 어떤 주제의식을 발견하거나 구체성이 드러나도록 솔직하게 풀어내도록 써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정이현 작가는 “기술적으로 화려하고 강렬한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뻔한 감동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정제된 문장으로 담담하게 자기성찰을 하듯 풀어낸 작품을 읽었을 때 더 큰 감동을 느꼈다”며 “경험을 넋두리처럼 토로하기보다는 조금은 대상과 거리를 두고 경험을 객관화해 잔잔하고 은은한 파동을 던지는 듯한 수필을 써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