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전야'…트럼프, 폭동 진압법 발동할까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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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뉴욕대 교수 "주가 10% 하락할 것"
혼란 조기 수습하면 증시 추가 상승 동력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전망한 대선 이후 시나리오를 조금 각색한 것입니다. 루비니 교수는 이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면서 “뉴욕 주가가 10%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대선 투표일을 직전에 둔 미국은 폭풍 전야와 같습니다. 증시와 언론 모두 대선만 쳐다보고 있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뒷전인 느낌입니다. 이번 대선이 그 만큼 미국 및 세계 역사에서 중요한 이벤트이기 때문이죠.
3일 밤엔 미 대선 결과를 밤새워 기다리는 사람이 미국인들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아래는 한국경제TV와의 아침 인터뷰 내용입니다.
<질문1> 오늘은 미 대선과 함께 상·하원 의원이 새로 선출되죠. 현재 예상 시나리오는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이번에 대통령과 함께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새로 뽑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많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바이든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석권할 수 있습니다.대선이 가장 중요한데 바이든이 우편투표에서 앞서는 게 확실하기 때문에, 3일 현장 투표에서도 이길 경우 트럼프 대통령도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어느 한 쪽이 대선 불복을 선언할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더 높아 보입니다. 잠깐 산수를 해보자면, 미국 인구가 3억2800만 명, 이 중 만 18세 이상 시민권자가 2억5500만 명인데요, 등록 유권자는 약 2억1000만 명입니다. 현재까지 9700만 명 넘게 사전투표(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교수가 운영하는 미국 선거 프로젝트 기준)를 했으니 사전투표율은 46% 정도 됩니다.
그런데 올해 실제 투표할 사람을 1억5000만 명 정도로 추산하거든요. 64%가 이미 대통령을 결정했다는 겁니다.
문제는 우편투표가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는 건데요, 우편투표한 사람이 현장투표를 또 할 경우 이걸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중간에 표가 분실될 가능성도 있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걸 믿지 못하겠다고 여러 번 얘기를 했습니다. 또 선거일 이후에 도착하는 표도 상당할 게 확실하구요.
그래서 3일 현장투표 개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앞설 경우에 재빨리 승리 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바이든 후보가 불복 선언을 할 겁니다. 2000년에 그랬던 것처럼 12월이 돼서야 연방대법원 판결로 당락이 확정될 수 있습니다. 2000년엔 12월 12일 대법원이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 손을 들어줬고, 엘 고어 후보가 승복해서 일단락 됐습니다. 당시 다우 지수는 선거일 이후 고어의 승복 선언 때까지 7% 넘게 하락했습니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가 6명, 진보가 3명으로 구성돼 있거든요, 친(親)트럼프 쪽이 압도적인 만큼 현장·우편투표 합산 결과 바이든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오더라도 끝까지 가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장 및 우편투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이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 내 경합주가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 6개가 있는데 이걸 대부분 트럼프가 석권하면 전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4년 전에도 경합주를 가져가서 백악관에 들어갔거든요. 미국은 선거인단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전체 유권자 표심보다, 표가 많은 플로리다 같은 지역에서 이기는 게 더 중요합니다.
다만 트럼프가 이기고 상·하원을 민주당에 내주면, 상당한 정치적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증시엔 역시 부정적입니다. 반대로 바이든이 이기고, 상원이나 하원을 공화당에 내줘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2> 무엇보다 바이든과 트럼프간 경제 정책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조세 정책이죠.
그렇습니다. 바이든 후보는 증세를 공약했습니다. 법인세와 소득세율을 올려서 향후 10년 간 2조3000억달러에서 4조달러를 더 거둬들이겠다고 했습니다. 법인세율이 현재 평균 21%인데 이걸 28%로 올릴 계획입니다. 또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37%에서 39.6%로 높이겠다고 했는데요, 이건 트럼프 행정부 이전으로 원상복귀하는 겁니다. 기업과 고소득자한테서 추가로 징수한 세금을 중산층 지원 및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쓰기로 했습니다.반면 트럼프는 감세를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2017년 집권하자마자 법인세율을 당시 35%에서 21%로 확 낮췄거든요, 이걸 추가로 1%포인트 낮춰서 평균 20%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증세 계획이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일자리와 투자를 줄이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 조세 정책 때문에 경제·금융계에선 당초 트럼프를 더 많이 지지했었는데요, 정치 상황이 워낙 혼란스럽다 보니, 역학 관계도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질문3>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 불복 가능성인데요. 이런 불확실성은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내가 세계 패권국의 리더”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두 명 나오고, 혼란이 2~3개월 지속되면 그동안 우려했던 더블딥(일시 회복 후 재침체)이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겨울 추위가 다가오면서 코로나 확진자가 미국 유럽 등지에서 급증하고 있거든요. 정치 혼란이 증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닥터 둠(doom)’으로 불리긴 하지만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선거 분쟁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경우 뉴욕 주가가 10% 떨어지고 금값은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런 시나리오가 진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투자자들은 앞으로 수 주 또는 수 개월 간 최악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폭풍 전야'…트럼프, 폭동 진압법 발동할까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https://img.hankyung.com/photo/202011/01.24294574.1.jpg)
반대로 개표 결과 한 쪽이 압도적 승리를 거둬 혼란이 조기 수습되면 증시가 추가 상승 동력을 얻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