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에 자산을 맡겨두는 신탁의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신탁의 장점은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투명하게 재산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조와 유언, 부동산 개발 외에도 자산을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는 통합형 신탁 상품 등이 등장하는 추세다.

신탁은 크게 현금을 넘기는 금전신탁과 현금이 아닌 것을 맡기는 재산신탁으로 나뉜다. 금전신탁은 운용 지시를 개인이 할 수 있는지에 따라 특정금전신탁과 불특정금전신탁으로 구분된다. 불특정금전신탁의 대표적 상품은 투자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고 돈을 맡기는 ‘랩 어카운트’다. 현행법상 증권사, 자산운용사만 불특정금전신탁을 팔 수 있다.

재산신탁의 종류는 운용 대상에 따라 금전채권신탁, 유가증권신탁, 부동산신탁, 동산신탁 등으로 나뉜다. 가장 널리 쓰이는 상품은 유언대용신탁이다. 금융 소비자가 살아 있는 동안엔 자신을 수익자로 정해 재산을 관리하고 사망한 뒤엔 원하는 사람에게 상속할 수 있게 약속하는 계약이다. 향후 개인이 파산하더라도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사후에 기부하거나 해외에 거주하는 자식에게도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서울대발전기금과 신탁을 통한 유산 기부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은행은 돈을 맡기는 ‘수탁고객’을 할 수 있어 좋고, 대학은 기부금 확보와 기부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재산신탁 중 가장 널리 활용되는 건 부동산신탁이다. 부동산 운용 경험과 개발 자금이 없는 부동산 소유자가 소유권을 부동산전문신탁회사에 이전하면 신탁사가 부동산을 운용해 수익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신탁 목적에 따라 토지개발, 담보신탁, 관리신탁, 처분신탁, 분양관리신탁 등으로 나뉜다.

신탁은 각종 유동화 상품을 만드는 데도 유용하다. 최근에는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긴 뒤 담보신탁을 바탕으로 증권을 발행해 사고팔 수 있는 핀테크 플랫폼이 등장하기도 했다. 투자하면 오랜시간 돈이 묶이는 부동산의 단점을 신탁을 통해 보완한 것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