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대를 회복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한 달 만에 0%대로 주저앉았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9년 11월 이후 약 21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달 4차 추가경정예산으로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한 것이 전체 물가를 0.7%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61(2015년=100)로 지난해 10월에 비해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월에 비해선 0.6%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1.5%였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점차 하락해 5월 -0.3%까지 내려갔다. 6월(0.0%)을 기점으로 점차 상승세를 보이다 9월 1.0%까지 올라서자 ‘경기 회복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한 달 만인 지난달 다시 0%대로 고꾸라졌다.

상품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3%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이 13.3% 오른 게 영향을 미쳤다. 농산물은 8월 집중호우와 9월 태풍 여파로 18.7% 올랐다. 채소류만 놓고 보면 20.2% 급등했다.

반면 서비스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8% 하락해 1999년 10월(-0.9%) 후 21년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특히 공공서비스(-6.6%)는 198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91%포인트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공공서비스 물가 급락은 4차 추경 예산으로 만 16~34세 및 65세 이상 국민에게 1인당 2만원씩 통신비를 지원해준 영향이 컸다. 휴대전화 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21.7% 하락했다. 1996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하락폭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4차 추경에 통신비 지원으로 휴대전화 요금이 크게 내려갔다”며 “통신료 지원으로 전체 물가지수가 0.7%포인트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전세와 월세 등 집세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0.5% 올랐다. 2018년 8월(0.5%) 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국제 유가, 환율 하락 영향으로 공업제품은 전년 동월 대비 1% 내려갔다.

서비스물가 급락 등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근원물가 기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3%를 기록했다. OECD 기준 근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건 1999년 11월(-0.1%) 후 처음이다. 1999년 9월(-0.4%) 후 21년1개월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통계청이 근원물가지수로 활용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전년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1999년 7월(-0.2%) 후 가장 낮았다. 근원물가지수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 품목을 제외하고 작성한 물가지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