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대주주 요건 강화를 둘러싼 혼란에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홍 부총리의 사직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홍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최근 고위 당정청 회의를 통해 현행 대주주 요건 10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답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현행 1종목당 10억원인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강화하는 건 2018년 2월에 이미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예고된 것"이라며 "정부는 과세 공정성 차원에서 기존 발표한 방침대로 가야 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정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 등을 감안해 고위 당정청 회의 통해 현행처럼 10억원 기준을 유지하는 걸로 결정이 됐다"면서도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대주주 요건을 둘러싼 논란, 대주주 요건 강화 계획 철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홍 부총리는 "2개월간 대주주 요건을 두고 혼란 상황이 전개된 데 대해 누군가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홍 부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 발표에 당혹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정 의원은 "내년도 예산 심의가 이제 시작하는데 거취 표명을 하느냐"고 했다. 김두관 더민주당 의원은 준비한 질의를 서면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예산 주무 장관으로서 예산안이 처리될 때까지 최대한 열정을 갖고 임하겠다"고 했다.

기동민 더민주당 의원은 홍 부총리의 이날 발언이 "정치적 행보"라고 지적했다. "임명권자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묵묵하게 과제를 수행하는 게 대통령 참모의 역할이다. 굳이 예산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본인의 거취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기 의원은 "왜 홍 부총리가 정치적 행보로 오해를 살 수 있는 여지를 주는지 의문"이라며 "사의 표명의 형식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저한테는 정치라는 단어가 접목될 수 없단 말씀을 드린다"며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관련 질의가 계속 나올 텐데 (정부 입장을 뒤집어) 현행대로 간다면서 아무 일 없다는 듯 답하는 건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오히려 책임 있는 자세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