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신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에 돈을 맡긴 뒤 상조 서비스를 제공받는 상품이다. 장점은 크게 두 가지. 납입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서비스도 할인된 가격으로 받을 수 있다. 상조 업체의 선불식 상품에 대한 불안감이 은행 신탁 수요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지난해 3월 출시한 상조 신탁 서비스는 지난 9월 말까지 5598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송은정 하나은행 신탁부 차장은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판매량이 꾸준한 편”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상조 신탁에는 500만원까지 맡길 수 있다. 은행과 제휴를 맺은 상조 회사를 선택하면 본인 사망 시 장례 준비를 대행해 준다. 은행과 상조 회사가 대량으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개인이 가입할 때보다 더 싼 가격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최소 납입금액은 1만원으로,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돈을 넣을 수 있다.

지난달 27일 기업은행도 ‘IBK 안심상조신탁’을 선보였다. 하나은행과 비슷한 상품이다. 350만원 이상을 넣으면 배우자와 부모, 자녀의 장례 서비스도 할인된 가격에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금융소비자가 은행 상조 신탁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상조 회사 상품은 대부분 선불식이다. 매월 일정 금액을 보험금처럼 내야 한다. 중도해지 수수료는 최소 납입금의 50%에 달한다. 상조 회사가 휴·폐업할 경우 전혀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은행 상조 신탁은 이런 염려에서 자유롭다. 중도에 해지해도 납입금을 전액 돌려준다. 자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안전성이 높은 초단기채권으로 굴려 손해볼 위험도 적다. 송 차장은 “상조 신탁을 활용하면 상조 회사에 직접 돈을 넣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피해를 원천적으로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