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인치 패널 표준화…日 따돌려
1998년 LCD 세계 1위 '우뚝'
'미스터 LCD' 불리며 전성기 주도
고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고,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삼성전자에 반도체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1993년 3월부터 2009년 1월까지 LCD사업부장을 맡아 한국이 세계 LCD 시장을 제패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고인이 삼성전자 LCD 사업을 이끌었던 약 15년간 한국 LCD산업은 연평균 34% 성장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대표적인 업적으론 ‘12.1인치 패널 표준화’가 꼽힌다. 고인은 LCD사업부장(이사)이던 1993년 미국 델 등 글로벌 PC 업체 본사를 찾아가 주력 제품이던 12.1인치 패널 채택을 권했다. 삼성전자가 12.1인치에 매달린 건 전략적 판단이었다. 당시 일본 LCD 업체들은 11.3인치를 내세워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로선 차별화만이 살 길이었다.
대다수 PC 업체는 문전박대했다. 고인은 PC 업체 관계자들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당시 ‘노트북 대형화’를 고민했던 세계 1위 노트북 업체 일본 도시바가 12.1인치 제품을 극적으로 선택했다. 이후 12.1인치는 세계 표준이 됐고 일본 업체들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1998년 삼성전자는 10인치 이상 LCD 패널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고인은 공(功)을 인정받아 1999년 말 임원 인사 때 사장으로 승진했다. ‘미스터 LCD’란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다. 고인은 이후로도 세계 최대 LCD 패널 개발을 주도하며 LCD 산업사에 족적을 남겼다.
고인은 대규모 투자로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형 TV’의 인기가 높아질 것을 예측하고 2004년 4월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의 대형 LCD 합작법인 S-LCD 설립을 주도한 게 좋은 사례다. S-LCD는 2005년 세계 최초로 7세대(1870×2200㎜) 패널을 양산했고 2007년엔 8세대(2200×2500㎜) 패널도 최초 생산했다.
LCD 사업을 세계 1위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고인은 2003년 7월 업계 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에 추대됐다. 2005년엔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공로패를 받았다. 2010년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고인은 2012년부터 한양대 석좌교수를 맡아 후진을 양성했다. 빈소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6일 오전 7시. 유족으로는 부인 김명희 씨와 1남2녀가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