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 후 부진하면서 공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시들해졌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공모주가 아직도 주요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공모주에서 쏠쏠한 수익을 봤던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올해 연말부터 내년까지 기업공개(IPO) ‘대어(大魚)’들이 줄줄이 뉴욕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름만 들어도 친숙한 에어비앤비, 로빈후드, 레딧 등이 대표적이다.
에어비앤비·로빈후드·레딧…미국 '공모주 大魚' 담아볼까

미국은 기술주 IPO 열풍

한국투자증권과 팩트세트 등에 따르면 올해 9월 미국 IPO 금액은 132억달러(약 15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건수는 33건이었다. 금액과 건수 모두 연중 최고치다. 한국에서는 게임, 바이오, 엔터테인먼트가 주목받는 반면 미국은 소프트웨어, IT 업체들이 잇달아 공모에 흥행하고 있다. 방경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성장주 쏠림이 나타났다”며 “우호적인 환경을 활용해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상장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미국 공모주에 관심이 큰 이유는 수익률이다. 미국 새내기주들의 상장 후 한 달 수익률이 대체로 양호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5일 나스닥에 상장한 데이터 플랫폼 업체 스노플레이크는 공모가(120달러) 대비 수익률이 108%(2일 기준)에 달한다. 같은 달 16일 증시에 입성한 소프트웨어 개발툴 업체 제이프로그는 64.6% 상승했다. 공모가가 44달러였으나 2일 72.4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18일 상장한 유니티소프트웨어도 공모가(52달러) 대비 82% 올랐다.

더 큰 대어들도 대기

더 큰 대어들이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세계 최대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다음달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8월 IPO를 신청했다. 코로나19로 여행길이 막히면서 기업 가치가 180억달러(약 20조7000억원)로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잦아들면 300억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판 배달의민족’으로 불리는 도어대시도 연내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 가치는 160억달러(약 18조4500억원)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판 동학개미운동을 이끈 주식앱 로빈후드도 가치가 112억달러에 달한다. 이 밖에 인스타카트(신선식품배달), 위시(이커머스), 어펌(대출서비스), 레딧(소셜커뮤니티) 등이 내년까지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공모주에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청약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과 달리 개인에게는 공모주 물량을 배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IPO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추천 상품은 르네상스 IPO ETF(Renaissance IPO)다. 르네상스 IPO ETF는 신규 상장한 종목에 주로 투자한다. 기술주 랠리가 펼쳐지면서 르네상스 IPO ETF의 올해 수익률은 59.9%를 기록했다. 올해 3월 최저점에 비해서는 134% 급등했다.

퍼스트 트러스트 US 에쿼티 오퍼튜니티 ETF도 주요 공모주 ETF로 꼽힌다. 이 외에 르네상스 인터내셔널 IPO ETF, 퍼스트 트러스트 인터내셔널 에쿼티 오퍼튜니티 ETF는 미국 외 공모주까지 투자하는 ETF다.

스팩 통한 ‘우회투자’ 가능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통해 공모주에 투자할 수도 있다. 스팩은 공모 자금을 모아 비상장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회사로, 증시에 상장돼 있어 손쉽게 매수가 가능하다. 복잡한 청약의 과정 없이 공모주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수소트럭업체 니콜라, 온라인 카지노 드래프트킹스가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미국에선 지난 9월에만 34개 스팩이 신규로 상장하는 등 열풍이 불고 있다. 이 중 10개는 M&A할 기업을 발표했다. 방 연구원은 “스팩은 보호예수 기간이 없어 주요 주주들은 바로 지분을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M&A 대상을 발표한 주요 스팩은 플라잉 이글 애퀴지션(FEAC)이다.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킬즈와 합병할 계획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