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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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오픈하면 차액을 환불해주겠다고 하더니 10월로 미루고 이제는 11월에 오픈한다고 합니다. 연락도 되지 않습니다. "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30)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 8월 다니던 헬스장에서 '운영자가 바뀌어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는 공지가 왔다. 기존 고객은 재오픈을 하면 공사기간만큼 회원권 유효기간을 추가 연장해주고, 1년치를 선납하면 할인까지 한다기에 일부금액인 35만원을 선납했다.

장기계약 유도 후 환불은 안해줘

하지만 곧이어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며 헬스장을 갈 수 없게된 A씨는 환불을 요구했다.

그는 "차액 환불을 요청했으나 선납한 35만원만 환불해 줄 수 있다고 통보하고, 재오픈하면 나머지 금액을 환불해준다고 한 뒤 오픈 일정을 미루고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갈등이 두달째 지속되면서 A씨는 해당 헬스장을 상대로 소송을 고려 중이라고 털어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관련 피해를 호소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유튜브 등에서도 '헬스장 먹튀 당했어요', '헬스장 환불 성공하는 법' 등의 영상 콘텐츠가 잇따라 올라왔다.

지난 2일 익명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도 서교동의 헬스장에서 PT(퍼스널 트레이닝) 결제를 했으나 공사에 들어간 후 사장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김모씨(28)는 "지난 6월 부동산 계약 등의 이유로 차액 52만원에 대한 환불을 요구했으나 정상가로 계산을 한 10만원 빼고는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계약서를 살펴보니 변심에 의한 환불 등에 관해서만 적혀있고 본인들의 계약 위반을 했을 시의 책임은 하나도 없더라"며 "계약서를 들이밀며 자기네들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헬스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에 들어갔다. 내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계약서에 환불조항 명시해야 '얼렁뚱땅' 금지

코로나19로 장기 계약이 많은 헬스장 등 운동시설에서 환불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피해 호소가 늘고있다.

방역조치 강화로 회원이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생기거나 운영자가 폐업이나 휴업 등을 빌미로 잠적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헬스장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2만2070건이었다. 작년 동기에는 1만6878건이었는데 이에 비해 30% 넘게 증가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계약서에 중도해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며 "소비자가 손해를 감수하는 부분에 대해 명확히 고지를 하고 소비자에게 충분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시 장점만 부각시키고 중도해지 시 감당해야 할 사항에 대해 얼렁뚱땅 넘어가거나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투명하게 운영해야 소모적인 논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