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과 상·하원 선거 결과의 셈법 계산에 분주한 일본 정부와 경제계는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블루 웨이브'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4일 "미국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일본은 통상교섭 등에서 코너에 몰린 경험이 많다"며 미국 선거 결과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4가지 시나리오로 소개했다.

일본 경제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고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경우로 분석된다.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한 바이든 정부가 미국의 환경정책을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면 일본 제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에너지 업계가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는 2050년까지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제로(0)'로 줄인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확대하는 한편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 경쟁사들에 비해 전기차 개발이 늦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일제 전기차는 닛산의 '리프'가 유일하다. 일본 에너지 업체들의 대규모 유전 및 가스전 투자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셰일가스로 대표되는 미국의 화석연료 산업이 고사위기에 놓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대선과 하원선거에서 승리하지만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는 경우에도 일본 에너지 업계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행정부와 의회의 힘겨루기로 친환경정책 관련 법안은 진전을 보지 못하는 반면 대통령령만으로도 실행이 가능한 환경규제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고바야시 준스케 미즈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일동맹을 중시하는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 정권은 대일 통상교섭에서 강경한 경우가 많았다"며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면 일본경제에 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나은 시나리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경우로 분석된다. 기존의 경제정책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편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주도해 금융시장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공화당이 대선과 상원을, 민주당이 하원을 나눠갖는 경우는 경기와 주식시장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상하원간 대립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책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