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승용의 면역학 강의] ② 같은 바이러스, 다른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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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승용 서울대 의대 교수
같은 수의 바이러스나 세균에 노출돼도 사람마다 증상과 그 정도가 천차만별이다. 우리 몸의 선천면역계와 후천면역계의 활동에 대해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바이러스나 세균에 노출돼도 아무렇지 않게 뛰어다니는 사람부터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혹은 사망에 이르는 사람까지 증상은 다양하다. 타고난 면역능의 차이와 살아온 습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은 아주 경미한 증상만을 경험한다. 그러나 비만, 당뇨 환자나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사경을 헤맬 정도의 심각한 증상을 겪기도 한다. 사람마다 선천면역계와 후천면역계가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사람마다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게 지나갈 방법은 없을까.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전 세계 수만 명의 면역학자가 지난 100여 년간 연구를 해오고 있다.
과거 감염된 적이 있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다시 감염돼도 병이 생기지 않는 ‘면역능’을 얻게 되는 이유다. 말썽꾸러기들에 대한 인지와 기억, 조기 퇴치를 후천면역계가 담당한다고 하면, 후천면역계를 학습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선천면역계다.
장기에 상주하고 있는 선천면역 세포가 장기에 침입한 말썽꾸러기 이방인에 대한 정보를 후천면역 세포에 어떻게 전달하고 학습시키는지 살펴보자. 초면의 말썽꾸러기가 침입해 장기를 고장 내면 당장 급히 할 수 있는 일은 쓰레기를 치우고 재건하는 일이다. 항상성의 유지가 우선이고 항상성을 파괴하는 원인의 제거는 그다음 문제다.
초면의 말썽꾸러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말썽이 난 장기에서 수일 내에 피아(彼我)를 구분하기는 불가능하다. 말썽 피운 현장에서 내 몸의 구성성분과 초면의 말썽꾸러기 생김새를 감별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초면의 말썽꾸러기를 인식할 후천면역 세포는 출동 전 상태이고, 선천면역 세포는 피아를 구분하는 방법을 교육받은 적이 없다.
이 부분이 지난 100년간 면역학자들의 마음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피아 감별 이론과 필자가 2004년도 <네이처 리뷰 이뮤놀로지>에 발표한 생체 쓰레기 이론의 차이점이다. 고전적인 피아감별론자들은 선천면역 세포는 유전적으로 피아 감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선천면역 세포는 피아를 감별하지 못하고 정상조직과 쓰레기를 감별한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고전적인 피아 감별이론과 필자의 생체 쓰레기 이론은 다음 호에서 다시 보기로 하자.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고장 난 장기를 거쳐간 선천면역 세포가 국소 림프샘으로 가서 후천 면역 세포인 T세포를 교육하기까지는 감염 후 수 시간에서 여러 주가 걸린다. 선천면역세포로부터 말썽꾸러기에 대한 교육 수료증을 이수한 경찰들은 대기소를 떠나 핏속을 돌며 전신을 순찰한다. 이 교육받은 경찰들은 시민에게는 반응하지 않는다. 사진으로 봐서 알게 된 말썽꾸러기와만 반응해 말썽이 난 거리를 조기에 정상화한다.
한번 감염된 건강한 사람은 2~3주의 시간이 지나야 몸에 항체가 만들어진다. 항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찰싹 붙어서 옴짝달싹 못하게 하니 바이러스가 사람 폐의 세포 안으로 들어가 증식을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바이러스 표면에 찰싹 붙은 항체는 ‘날 잡아 먹으라는 깃발 신호’이기 때문에 선천면역 세포가 쉽게 잡아먹는다.
항체는 바이러스의 증식도 막고 선천면역 세포가 효율적으로 바이러스를 잡아먹게 만드니 점차 몸 안의 바이러스 수가 줄어든다. 핏속에 항체가 많을수록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게 지나간다. 그러나 항체가 늘 선한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백 부작용의 원인이다. 그래도 핏속에바이러스와 잘 붙는 항체가 많으면 바이러스가 기력을 다할 수 없어 바이러스 자체로 인한 증상은 약해진다.
국소 림프샘에 있던 미접촉 T세포가 학습이 되면, 교육받은 T세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붙는 항체를 생성하는 B세포를 학습시켜 핏속에 항체를 증가시킨다. 교육받은 T세포 중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폐 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여 바이러스 공장을 폐쇄시키기도 한다.
이 과정이 순조로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빨리 제거되면 2~3주 내에 회복되지만,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중증의 염증을 앓게 된다.
성승용
몸속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밝힌 논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면역학 전문가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공중보건의사를 마치고,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에서 3년간 교환교수로 근무했다. 이후 서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로 재임 중이며, 아토피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인 샤페론의 대표이사다.
바이러스나 세균에 노출돼도 아무렇지 않게 뛰어다니는 사람부터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혹은 사망에 이르는 사람까지 증상은 다양하다. 타고난 면역능의 차이와 살아온 습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 괜찮고, 누군 안 괜찮은 이유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선천면역능’과 살아가면서 내 몸이 조금씩 키워가는 ‘후천면역능’은 사람마다 다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환경, 생활습관이 이를 좌우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건강한 사람 중에는 증상을 전혀 못 느끼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다.일부 사람은 아주 경미한 증상만을 경험한다. 그러나 비만, 당뇨 환자나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사경을 헤맬 정도의 심각한 증상을 겪기도 한다. 사람마다 선천면역계와 후천면역계가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사람마다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게 지나갈 방법은 없을까.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전 세계 수만 명의 면역학자가 지난 100여 년간 연구를 해오고 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제거하는가
초면의 말썽꾸러기가 어느 날 느닷없이 몸속으로 들어와 장기를 파괴하면 이로 인해 손상된 세포로부터 막대한 쓰레기가 발생한다. 이들을 처리하기 위한 선천면역 반응이 먼저 시작된다. 선천면역 세포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말썽꾸러기들의 생김새를 후천면역 세포들에게 기억하게 한다.과거 감염된 적이 있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다시 감염돼도 병이 생기지 않는 ‘면역능’을 얻게 되는 이유다. 말썽꾸러기들에 대한 인지와 기억, 조기 퇴치를 후천면역계가 담당한다고 하면, 후천면역계를 학습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선천면역계다.
장기에 상주하고 있는 선천면역 세포가 장기에 침입한 말썽꾸러기 이방인에 대한 정보를 후천면역 세포에 어떻게 전달하고 학습시키는지 살펴보자. 초면의 말썽꾸러기가 침입해 장기를 고장 내면 당장 급히 할 수 있는 일은 쓰레기를 치우고 재건하는 일이다. 항상성의 유지가 우선이고 항상성을 파괴하는 원인의 제거는 그다음 문제다.
초면의 말썽꾸러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말썽이 난 장기에서 수일 내에 피아(彼我)를 구분하기는 불가능하다. 말썽 피운 현장에서 내 몸의 구성성분과 초면의 말썽꾸러기 생김새를 감별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초면의 말썽꾸러기를 인식할 후천면역 세포는 출동 전 상태이고, 선천면역 세포는 피아를 구분하는 방법을 교육받은 적이 없다.
이 부분이 지난 100년간 면역학자들의 마음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피아 감별 이론과 필자가 2004년도 <네이처 리뷰 이뮤놀로지>에 발표한 생체 쓰레기 이론의 차이점이다. 고전적인 피아감별론자들은 선천면역 세포는 유전적으로 피아 감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선천면역 세포는 피아를 감별하지 못하고 정상조직과 쓰레기를 감별한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고전적인 피아 감별이론과 필자의 생체 쓰레기 이론은 다음 호에서 다시 보기로 하자.
교육받은 후천면역 세포는 말썽 피우는 바이러스에만 반응한다
병원체 감염에 의해 장기에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면 장기에 있던 선천면역 세포와 핏속 선천면역 세포가 고장 난 장기로 몰려들어 쓰레기를 치우고 부서진 거리를 재건한다. 피아 구분 없이 모든 사체에 대한 정보를 가방에 담은 선천면역 세포는 국소 림프샘에서 대기 중인 T세포에 그 사체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면 T세포는 피아의 구분을 명확히 할 줄 알게 되고, 이것이 선천면역 세포가 후천면역 세포를 교육하는 과정이다.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고장 난 장기를 거쳐간 선천면역 세포가 국소 림프샘으로 가서 후천 면역 세포인 T세포를 교육하기까지는 감염 후 수 시간에서 여러 주가 걸린다. 선천면역세포로부터 말썽꾸러기에 대한 교육 수료증을 이수한 경찰들은 대기소를 떠나 핏속을 돌며 전신을 순찰한다. 이 교육받은 경찰들은 시민에게는 반응하지 않는다. 사진으로 봐서 알게 된 말썽꾸러기와만 반응해 말썽이 난 거리를 조기에 정상화한다.
항체를 만드는 후천면역계
인류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를 덮고 있다. 선천면역 세포와 후천면역 세포의 역할을 코로나19 감염 사례에서 자세히 살펴보자.한번 감염된 건강한 사람은 2~3주의 시간이 지나야 몸에 항체가 만들어진다. 항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찰싹 붙어서 옴짝달싹 못하게 하니 바이러스가 사람 폐의 세포 안으로 들어가 증식을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바이러스 표면에 찰싹 붙은 항체는 ‘날 잡아 먹으라는 깃발 신호’이기 때문에 선천면역 세포가 쉽게 잡아먹는다.
항체는 바이러스의 증식도 막고 선천면역 세포가 효율적으로 바이러스를 잡아먹게 만드니 점차 몸 안의 바이러스 수가 줄어든다. 핏속에 항체가 많을수록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게 지나간다. 그러나 항체가 늘 선한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백 부작용의 원인이다. 그래도 핏속에바이러스와 잘 붙는 항체가 많으면 바이러스가 기력을 다할 수 없어 바이러스 자체로 인한 증상은 약해진다.
코로나19 증상과 회복 시기,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초면의 말썽꾸러기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폐에 감염되면 폐 조직을 망가뜨려 장기 내에 온갖 손상된 쓰레기 물질이 축적된다. 폐조직 내 분자 쓰레기로 인해 활성화된 선천 면역 세포인 대식세포나 수지상세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항원 정보를 가지고 폐를 떠나 국소 림프샘으로 이동한다.국소 림프샘에 있던 미접촉 T세포가 학습이 되면, 교육받은 T세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붙는 항체를 생성하는 B세포를 학습시켜 핏속에 항체를 증가시킨다. 교육받은 T세포 중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폐 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여 바이러스 공장을 폐쇄시키기도 한다.
이 과정이 순조로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빨리 제거되면 2~3주 내에 회복되지만,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중증의 염증을 앓게 된다.
성승용
몸속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밝힌 논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면역학 전문가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공중보건의사를 마치고,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에서 3년간 교환교수로 근무했다. 이후 서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로 재임 중이며, 아토피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인 샤페론의 대표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