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앤트그룹 IPO 중단 쇼크…마윈 'AI·블록체인 야심'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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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당국에 덤볐다 '미운털' 박혀
AI 소액대출·블록체인 결제 등
상장 후 R&D에 투자하려던
27조원 자금조달 '물거품' 위기
증거금 대출이자만 430억원대
개인투자자들 환불 놓고 논란
AI 소액대출·블록체인 결제 등
상장 후 R&D에 투자하려던
27조원 자금조달 '물거품' 위기
증거금 대출이자만 430억원대
개인투자자들 환불 놓고 논란
‘대출 심사에 3분. 지급에 1초. 이 과정에 관여하는 사람은 0명.’
세계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중국 알리바바그룹 계열 핀테크(금융기술)업체 앤트그룹은 소액 대출 광고에 이런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대출 심사에 사람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공지능(AI)이 신용 조회 등 모든 과정을 처리한다는 의미다.
앤트그룹은 IPO로 조달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을 AI와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 연구개발(R&D)에 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국 금융당국이 전격적으로 상장 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최대 주주인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사진)의 ‘AI 패권 꿈’도 물거품이 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앤트그룹의 지배주주인 마윈이 최근 한 금융포럼에서 “금융당국이 위험 관리를 내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금융회사를 감독하고 있다”고 비판한 게 상장 중단이란 조치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미운털’이 박힌 마윈의 앤트그룹에 쉽게 상장 재개를 허가해 주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 이에 따라 AI, 블록체인, 사이버보안 등에서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던 앤트그룹의 전략은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앤트그룹은 투자계획서를 통해 상장으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340억달러(약 38조원)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40%를 신기술 개발과 혁신에 쓰겠다고 밝혔다. 또 30%는 현재의 주력 사업인 모바일 결제와 소액 대출, 자산 관리 등 디지털 경제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R&D에 70%인 240억달러(약 27조원)를 쏟아붓는다는 얘기다. 앤트그룹의 지난해 매출(1206억위안·약 20조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앤트그룹은 AI와 블록체인이 향후 사업 확장의 열쇠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모회사인 알리바바의 거래 실적과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 사용 현황 등 사용자의 소비 성향을 분석해 독자적인 신용등급 시스템을 구축했다. AI를 활용하는 이 시스템은 소비자의 대출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채무 불이행 위험을 줄여 앤트그룹이 소액 대출 1위로 올라서는 원동력이 됐다.
앤트그룹은 소상공인들에게 블록체인 기술을 제공해 거래 안전성을 높여주면 보다 많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앤트그룹은 또 블록체인 분야에선 이미 ‘앤트체인’이란 브랜드로 50여 개 관련 기술을 상용화했다.
앤트그룹의 이런 전략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미국의 아마존이 걸었던 길과 비슷하다. 아마존은 고객의 데이터 관리 기술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AI, 블록체인 등을 발전시켜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시아 1위, 세계 3~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홍콩거래소에서 그동안 상장 직전에 IPO 절차가 중단된 사례는 청약 수요가 부족한 경우밖에 없었다. 상장 자격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심사 과정에서 걸러졌다. 앤트그룹과 같은 사례가 처음이어서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상장 중단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고지했기 때문에 이자는 지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앤트그룹은 “향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만 밝혔다.
이번 앤트그룹의 상장 중단 조치는 중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를 부각시켜 중국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개방을 통해 자국 금융시장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왔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요일의 역행’이 중국 금융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세계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중국 알리바바그룹 계열 핀테크(금융기술)업체 앤트그룹은 소액 대출 광고에 이런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대출 심사에 사람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공지능(AI)이 신용 조회 등 모든 과정을 처리한다는 의미다.
앤트그룹은 IPO로 조달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을 AI와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 연구개발(R&D)에 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국 금융당국이 전격적으로 상장 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최대 주주인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사진)의 ‘AI 패권 꿈’도 물거품이 됐다는 분석이다.
조달 자금 70% R&D에 쓰려 했는데…
앤트그룹은 5일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벤처·스타트업 기업 전용 증시인 상하이거래소의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과 홍콩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할 예정이었다. 두 거래소에서 이미 상장 심사를 통과했고, 공모 신청도 정상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지난 3일 밤 상하이거래소가 앤트그룹의 상장 무기한 보류를 전격 공고했다. 앤트그룹은 이어 홍콩거래소에도 상장 중단 안내를 올렸다.시장에선 앤트그룹의 지배주주인 마윈이 최근 한 금융포럼에서 “금융당국이 위험 관리를 내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금융회사를 감독하고 있다”고 비판한 게 상장 중단이란 조치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미운털’이 박힌 마윈의 앤트그룹에 쉽게 상장 재개를 허가해 주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 이에 따라 AI, 블록체인, 사이버보안 등에서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던 앤트그룹의 전략은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앤트그룹은 투자계획서를 통해 상장으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340억달러(약 38조원)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40%를 신기술 개발과 혁신에 쓰겠다고 밝혔다. 또 30%는 현재의 주력 사업인 모바일 결제와 소액 대출, 자산 관리 등 디지털 경제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R&D에 70%인 240억달러(약 27조원)를 쏟아붓는다는 얘기다. 앤트그룹의 지난해 매출(1206억위안·약 20조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앤트그룹은 AI와 블록체인이 향후 사업 확장의 열쇠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모회사인 알리바바의 거래 실적과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 사용 현황 등 사용자의 소비 성향을 분석해 독자적인 신용등급 시스템을 구축했다. AI를 활용하는 이 시스템은 소비자의 대출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채무 불이행 위험을 줄여 앤트그룹이 소액 대출 1위로 올라서는 원동력이 됐다.
앤트그룹은 소상공인들에게 블록체인 기술을 제공해 거래 안전성을 높여주면 보다 많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앤트그룹은 또 블록체인 분야에선 이미 ‘앤트체인’이란 브랜드로 50여 개 관련 기술을 상용화했다.
앤트그룹의 이런 전략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미국의 아마존이 걸었던 길과 비슷하다. 아마존은 고객의 데이터 관리 기술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AI, 블록체인 등을 발전시켜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시아 1위, 세계 3~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거세지는 상장 중단 후폭풍
앤트그룹의 상장 중단은 또 다른 후폭풍도 낳고 있다. 홍콩에선 일반공모를 통해 이미 납입된 1조3100억홍콩달러(약 190조원) 규모의 증거금에 대한 이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홍콩 개인투자자들은 앤트그룹 청약을 위해 모두 5192억홍콩달러(약 75조원)의 대출을 받았다. 홍콩거래소는 이날 증거금을 환불할 예정인데, 납입 이후 5일 동안 이자만 최대 2억8400만홍콩달러(약 43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홍콩거래소에서 그동안 상장 직전에 IPO 절차가 중단된 사례는 청약 수요가 부족한 경우밖에 없었다. 상장 자격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심사 과정에서 걸러졌다. 앤트그룹과 같은 사례가 처음이어서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상장 중단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고지했기 때문에 이자는 지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앤트그룹은 “향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만 밝혔다.
이번 앤트그룹의 상장 중단 조치는 중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를 부각시켜 중국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개방을 통해 자국 금융시장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왔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요일의 역행’이 중국 금융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