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檢이어 경제까지 흔들어…누가 부총리 돼도 같은 일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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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경제부총리들이 본 '홍남기 사표' 사태
!["정치가 檢이어 경제까지 흔들어…누가 부총리 돼도 같은 일 반복"](https://img.hankyung.com/photo/202011/01.24315659.1.jpg)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두고 폭발한 당·정 갈등이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지만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게 전직 경제부총리들의 전망이다. 전직 경제수장들은 “정치가 검찰에 이어 경제관료까지 쥐고 흔들면 누가 경제부총리가 돼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와 독립적일 때 경제는 순항”
한덕수 전 부총리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치와 경제는 각기 역할이 있다”며 “정치 권력은 그런 차이를 알고 경제와 경제 전문가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부총리는 “역사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잘 돌아가던 때를 보면 모두 정치와 경제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던 시절”이라며 “경제가 경제원리대로 돌아갈 수 있게 외풍을 막아주는 게 정치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3월부터 2006년 7월까지 부총리로 일했다.김대중 정부 마지막 경제수장(2002년 4월~2003년 2월)을 지낸 전윤철 전 부총리도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정치권은 표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공직자들은 모든 사안을 중립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며 “정치권은 이런 공직자들의 말이 타당하면 수용해줘야 국가가 더 발전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부총리가 소외되는 것을 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다”며 “공직자는 누구를 대변하지 않고 오직 국민을 보고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권도 그런 점을 일정 부분 인정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때 기획재정부 장관(2016년 1월~2017년 6월)을 지낸 유일호 전 부총리도 “역대 정부에서 정치권과 관료의 갈등은 늘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 때처럼 정치권이 관료사회를 압도한 적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경제는 일정 부분 전문가들의 영역인 만큼 정치권도 관료 사회를 존중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선 누가 부총리 돼도 힘들다”
전직 경제수장들은 당·정 갈등을 표출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 유 전 부총리는 “여당과 정부가 싸울 수밖에 없으면 문을 닫고 싸워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되 결과가 나오면 한목소리를 내는 게 당·정·청의 역할”이라며 “의견이 다르면 열심히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그걸 밖으로 드러내면 국민이 불안해한다”고 했다.전 전 부총리는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시점에 홍 부총리가 사표를 냈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고 여당과 청와대에 대한 반발을 왜 이렇게 대외적으로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홍 부총리를 비판했다. 그는 다만 “이전에는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통해 서로 이견을 조정했고 중간에 정책 방향이 바뀌면 변경되는 과정을 공유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면 홍 부총리가 사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진념 전 부총리는 공직자의 소신을 강조했다. 정책 결정 때마다 입장을 바꾼 홍 부총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진 전 부총리는 “2000년대 초와 지금 상황은 너무나도 다르지만 공직자의 소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는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되면 눈치 보지 말고 그 길을 가야 한다”며 “이런 말을 너무 자주 해서 이제는 그만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인설/강진규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