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 2시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끝으로 미국의 대선 투표가 모두 종료됐다. 사람들의 이목은 개표 결과로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락을 좌우할 핵심 경합주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앞서가고 있다.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0명을 확보하면 승리하는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승리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관측이 많다. 러스트벨트(동북부 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의 경합주는 개표 속도가 더딘 데다 나중에 개표되는 우편투표 결과가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붉게 물든 6개 경합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4일 오전 2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트럼프 대통령은 6개 경합주 중 애리조나를 제외한 다섯 곳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6개 경합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근소한 표차로 승리한 곳을 가리킨다. ‘선벨트’(남부지역) 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와 북부 러스트벨트인 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를 가리킨다. 이곳에 걸린 선거인단은 101명이다.
약발 안 먹힌 '트럼프 심판론'…남·북부 경합주 붉게 물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열세로 예상됐던 러스트벨트에서 모두 이기고 있다.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에서는 68%의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56.5%의 득표로 바이든(42.1%)을 14.4%포인트 앞서 있다. 미시간(16명)에서는 63%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53.4%의 득표율로 44.8%를 얻은 바이든보다 8.6%포인트 우위에 있다. 위스콘신(10명)도 78%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트럼프(51.0%)가 바이든(47.2%)을 3.8%포인트 앞서 있다.

선벨트에서도 공화당의 상징인 ‘붉은 물결’이 일고 있다. 6대 경합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29명)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51%가 넘는 득표율로 승리를 굳혔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95%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50.1%)이 바이든 후보(48.7%)를 1.4%포인트 앞선 상태다.

다만 애리조나에서는 75%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53.6%를 얻은 바이든 후보가 45.1%의 트럼프 대통령을 8.5%포인트 앞서고 있다. 폭스뉴스는 바이든이 애리조나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리조나를 제외하면 5개 핵심 경합주에서 모두 이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심판론 빗나가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밖의 6개 격전지 중 네 곳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오하이오(18명)에서는 53%가 넘는 득표율로 승리를 굳혔다. 오하이오는 1986년 이래 두 번을 제외한 93%의 확률로 대선 당선자를 맞힌 지역이다. 1960년 뒤로는 모든 대통령이 오하이오에서 이긴 뒤 백악관에 입성했다. 공화당의 경우 오하이오에서 지고 대선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에서도 어렵지 않게 승리를 거두며 38명에 달하는 선거인단을 싹쓸이했다. 당초 바이든 후보가 선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아이오와(6명)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갔다. 16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조지아에서는 개표율이 87%인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52%의 득표율로 바이든 후보(48.7%)를 앞서고 있다. 다만 미네소타(10명)에선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확실한 것으로 분석되며, 개표율이 7%에 불과한 네바다(6명)는 개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총 12개 경합주 가운데 10곳에서 우세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와 인종차별주의 논란이 확산하면서 ‘트럼프 심판론’이 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예상이 엇나가는 분위기다.

선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벌였던 막판 총력전도 일부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이틀간 미시간·아이오와·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남·북부 경합주들을 연쇄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사실상 펜실베이니아 한 곳에 화력을 집중한 바이든 후보의 전략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러스트벨트 3개 주는 바이든 후보 지지층이 많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우편투표가 늦게 개표되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펜실베이니아는 대선일 사흘 뒤까지 도착하는 우편투표를 인정한다. 미시간주 국무장관도 이번 투표의 최종적인 비공식 결과가 4일 밤까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상용/선한결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