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맞히지 못한 데 이어 올해도 체면을 구겼다.

'바이든 압승' 예측했던 美 여론조사…'샤이 트럼프' 또 놓쳤다
미 선거전문매체 파이브서티에잇(538)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들이 대선 전날 발표한 평균 기준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전국 지지율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8%포인트는 높았다. 하지만 4일 오전 7시(한국시간 4일 오후 9시) 기준으로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1~2%포인트 남짓이다. 핵심 경합주에서도 예상과 달리 트럼프가 우세한 곳이 속출했다. 우편투표가 덜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격차가 너무 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론조사기관들이 일제히 헛다리를 짚은 것은 2016년에 이어 올해도 ‘샤이 트럼프’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여론조사원 등 남들에게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들이 4년 전보다 더 꼭꼭 숨어든 까닭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라고 하면 ‘저학력자’에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나쁜 이미지가 있다.

게다가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같은 실책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샤이 트럼프가 여론조사에 솔직히 임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를 예측해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올해도 트럼프 우세를 주장한 여론조사기관 트래펄가그룹은 샤이 트럼프의 표심을 읽기 위해서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16년에는 “당신의 이웃이 누구를 지지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을 던지는 전략을 활용해 성공했다.

사전투표 참가자가 과거보다 폭증한 점도 올해 여론조사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올해 사전투표 참가자는 1억 명을 넘겼다. 사전투표 참가자들의 의중을 파악하는 방법이 아직 정교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조사 응답률이 3% 수준까지 현저히 떨어져서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여론조사기관들이 이번에 완전히 빗나간 예측을 내놓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약간 이른 감이 있다. 핵심 격전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에서는 우편투표 개표를 아직 끝내지 못했다. 우편투표 참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일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추가될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들은 4년 전의 ‘망신’을 만회하기 위해 민주당 지지 확률이 높은 고학력자의 표본 비중을 줄이고 샤이 트럼프 가능성이 높은 계층의 비중을 늘렸다. 또 선거 1주일 전까지 부동층 유권자가 10% 이상이었던 2016년과 달리 올해는 막판 부동층이 1~3%로 줄어들면서 여론조사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