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캠, '유령캠퍼스' 오명 여전
입주기업 9곳…5년 전 보다 줄어
상황 이런데 '시흥캠' 추가 건립
[세금 먹는 하마]는 전국 팔도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곳을 찾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보고 취재한 내용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주>"서울대 평창캠퍼스를 아시나요?"
대부분 사람들의 답은 "아니오"였다. <한경닷컴> 취재진이 지나가는 시민 10명에게 이같이 질문해 보니 8명에게서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3000억원대 혈세가 투입된 서울대 평창캠퍼스가 여전히 '유령캠퍼스'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평창캠퍼스는 2015년 국정감사 당시 입학자 수 정원 미달·산학협력 실적 저조 등으로 부실 운영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목장에서 나오는 환경오염과 악취 등을 우려한 지역사회 반발에도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로 거듭나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한참 미치지 못한 결과를 냈다.
5년이 지났지만 당시 지적사항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게다가 서울대는 '시흥캠퍼스'라는 또 다른 캠퍼스를 예고했다.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할 연구 자원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자칫 평창캠퍼스와 유사한 부실 운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평창캠, 5년 전에 비해 개선된 게 없다
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평창캠퍼스 건립에는 총 3118억원의 세금이 투입됐다.적지 않은 세금이 투입됐지만 준공 6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재학생 수, 산학협력 입주기업 현황 등을 보면 5년 전과 비교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웠다.
서울대에 따르면 국제농업기술대학원(평창캠퍼스) 모집인원은 최근 5년간 전기와 후기 각각 20명, 15~18명 수준을 유지해왔다. 입학자 수는△ 2015년 26명 △2016년 28명 △2017년 27명 △2018년 34명 △2019년 32명 △2020년 31명으로 집계됐다.
모집인원 기준으로 2015년 국감 당시 "입학자 수가 정원의 절반도 못 채웠다"는 지적에 비해선 현저하게 나아졌다. 그러나 국제농업기술대학원이 당초 석사과정 정원 60명, 정원외 외국인 전형 4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산학협력 입주기업은 2015년 13곳에서 오히려 9곳으로 줄었다. 이마저도 '공동투자 형태'로 입주한 기업은 전무한 상황이다. 다만 단독투자 형태로 3곳이, 공간임대 형태로는 6곳이 입주해 있다.
서울대 평창캠퍼스는 △기업과 공동투자로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설립하는 공동투자 형태(modullⅠ) △기업이 단독으로 투자해 공장 또는 연구소를 설립하는 단독투자 형태(modull Ⅱ) △벤처기업, 특수시설의 운영 등 소규모기업의 공간임대 형태(modull Ⅲ) 등의 유형으로 임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 측은 "지역적 한계에 부딪혀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평창캠도 감당 못하는데 시흥캠을 또...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대는 경기도 시흥에 66만2009㎡ 규모의 또다른 '글로벌 캠퍼스(시흥캠퍼스)' 설립을 추진했다. 4차산업 중심의 의료·바이오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1·2·3단계로 추진되는 사업 계획 중 1단계는 연내 완공을 앞두고 있다. 1단계 추진에 투입된 예산은 약 4500억원으로 시흥시가 사업자인 한라건설을 통해 지원했다.
당초 서울대 측은 2007년 내놓은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 2007~2025(이하 장기발전계획)'를 시흥캠퍼스 구축 명분으로 제시했었다. 관악캠퍼스의 포화 문제도 또 다른 명분이었다.
그러나 추진 당시 서울대생들은 이 같은 이유들이 추상적이라는 점과 평창캠퍼스의 운영 부실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시흥캠퍼스 설립을 격렬히 반대했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서울대 교수들 역시 관악캠퍼스 과밀화, 4차 산업혁명 대비 등이 중요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 해결책이 시흥캠퍼스의 설립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대 측은 각 캠퍼스가 지향하는 기본 방향이 다르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시작부터 난항을 거듭한 시흥캠은 완공돼도 문제다. 평창캠퍼스가 존재 의미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흥캠퍼스 조성 이유에 평창캠퍼스의 접근성이 한계로 지적된 점을 감안하면 평창캠퍼스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2017년 당시 이근관 서울대 기획처장은 '서울대 시흥캠퍼스 관련 문제 해결과 신뢰 회복을 위한 협의회'에서 "평창캠퍼스 조성 및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그대로 되돌아보고 개선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시흥캠퍼스가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접근성 문제도 있다"고 언급했다.
평창=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이창근 기자 slow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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