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고객 불편 우려해 기존 배열 방식 고수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고객들에게 보다 안전한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ATM 비밀번호 입력 방식을 순번 방식에서 랜덤 입력 방식으로 바꿨다.
랜덤 입력 방식은 숫자 사이에 우리은행 로고가 무작위로 배치돼 비밀번호 입력을 유추하지 못하게 하는 무작위 배열 방식이다.
해당 방식은 출금, 이체, 통장(무통장) 출금, 해외카드 출금 등에 적용되며 모바일 ATM 출금 비밀번호(승인번호)와 저시력자용 화면은 제외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일부 ATM에서 순차적으로 랜덤 입력 방식이 적용되기 시작한 뒤 전체 기기로 확대됐다"며 "이를 통해 고객들이 안전한 금융거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에 앞서 신한·KB국민은행도 같은 랜덤 입력 방식을 ATM에 적용했다. 적용 시기는 신한은행이 2017년 2월부터 시작했고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서비스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ATM 비밀번호 입력 방식에 변화를 주는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비밀번호가 유출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기존 배열 방식에서는 앞사람이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의 위치로 뒷사람도 충분히 비밀번호 파악이 가능하다. ATM 이용 후 깜빡하고 카드를 수거하지 않는 경우 뒷사람이 충분히 이를 악용할 수 있다.
반면 하나은행은 ATM 비밀번호 입력 시 순번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고령층 고객들의 경우 패턴 변경으로 인해 비밀번호를 잘못 누르는 실수가 많아 오히려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로 랜덤 입력 방식을 도입한 은행들도 숫자 사이에 은행 로고를 무작위로 배치했을 뿐 숫자 배열까지 뒤죽박죽으로 바꾸지는 않고 있다. 숫자까지 무작위로 배열하면 고령층 고객들이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ATM 비밀번호 배열 방식을 바꿈으로써 고객들이 보다 안전하게 금융거래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미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 이용 시에는 숫자 배열이 완전히 뒤바뀌는 랜덤 배열 방식이 적용되고 있어 앞으로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