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등을 보수할 수 있는 문화재 수리기술자 자격증을 업체에 빌려주고 2년간 6500만원을 받은 기술자에게 벌금 500만원의 유죄가 선고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수리)을 획득한 박모씨는 2012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약 2년간 상주해 근무하지 않으면서도 문화재 수리업체인 우리전통문화에 자격증을 빌려주고 6500만원의 대여료를 받았다. 종합문화재수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보수기술자 2명과 단청기술자 1명을 포함해 4명 이상의 문화재수리기술자와 대목수·한식미장공 등 총 6명 이상의 문화재수리기술자 및 문화재수리기능자가 상시 근무해야 하는데, 이 업체는 딱 한 명의 기술자 이외에 나머지는 모두 자격증을 빌렸다.

피고 박모씨는 우리전통문화에 기술 인력으로 등재돼 있었지만 이 업체가 수주한 사찰 공사에 딱 한 번 현장대리인으로 근무한 것 이외에는 일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박씨는 2년간 대표 강 모씨와 경리직원의 개인계좌로 총 6500만원을 수령했다. 업체측은 박씨 등이 실제 업체에 소속된 직원인 것처럼 꾸미기 위해 건강보험 등 4대보험에 가입해주고 보험료도 납부했다.

1심은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5년 개정 이전 옛 문화재 수리등에 관한 법률(‘문화재수리법’)에 따르면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의 대여란 다른 사람이 그 자격증을 이용해 문화재수리기술자로 행세하면서 문화재수리기술자의 업무를 행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자격증 자체를 빌려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재판부는 실제 무자격자가 문화재수리기술자로 업무를 수행한 바 없다면 이를 자격증 대여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실제 대표 강씨는 박씨 등의 자격증을 대여해 종합 문화재 수리업체로 등록한 뒤, 자격증을 대여한 기술자들의 이름을 걸어 놓고 무자격 직원들을 현장 감독 업무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자격증 대여가 이뤄져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해 원심 선고를 확정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