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혼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개표가 종료되기도 전에 '세기의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불복사태가 발생해 대법원이 미국 대통령을 결정할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대통령직을 대행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트럼프 캠프는 개표가 진행되면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펼쳐지자 4일(현지시간) 곧바로 소송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당초 밀리던 위스콘신주에서 역전하며 앞서 나가자 위스콘신주에 대해서는 재검표를 요구했다.

또 미시간주에서도 당초 밀렸던 바이든 후보가 역전하자 트럼프 캠프는 개표와 관련한 자신들의 의미 있는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개표가 끝난 표에 대한 재검표도 요구했다.

트럼프 캠프는 또 펜실베이니아주에 대해서도 민주당 선거 당국자들이 투표용지 개표와 처리를 공화당 투표 참관인들에게 숨기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을 낸다면서 투명성이 확보될 때까지 일시적 개표 중단을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는 펜실베이니아주가 우편투표와 관련, 대선일(3일)까지 소인이 찍힌 투표용지에 대해 6일까지 도착 시 이를 인정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연방대법원이 심리를 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아직 계류 중이다. 연방대법원은 이 사안을 선거일 전에 신속 절차(패스트트랙)로 심리해 달라는 요청은 기각했지만 사건을 맡을지 여부는 여전히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직전에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합류로 미 연방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확실한 '보수 우위'로 재편된 상황이다.

위스콘신과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주는 이번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6개 경합주에 포함되는 곳이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위스콘신과 미시간주에서는 전세를 뒤집은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가 이미 행동에 들어갔거나 예고한 소송 외에도 추가적인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캠프의 소송전은 현지시간으로 4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는 "사기 선거"라며 대법원으로 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예고됐었다.

미 대선 당락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사실상의 대선 결과 불복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후보 간의 갈등이 선거인단 임명을 둘러싼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대선을 통해 미 전역에서 뽑힌 선거인단 538명은 12월14일 각 주의 주도에서 공식으로 투표한다. 그러나 양측간 갈등으로 12월14일까지 선거인단을 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특정 주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을 경우 민주당 주지사를 둔 주정부가 투표결과를 반영해 바이든 후보측 선거인단 명부를 제출했음에도 공화당이 장악한 주의회가 선거 절차상 이의를 제기하며 트럼프 대통령측 선거인단 명부를 연방의회에 제출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는 주의회는 공화당이, 주지사는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 하원이 주별로 1표를 행사해 대통령을 선출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인 내년 1월20일까지 하원에서 대통령이 선출되지 못할 경우 상원에서 선출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한다. 상·하원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하지 못하면 하원의장이 의장직을 그만두고 대통령직 대행을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이 내년 1월20일까지 차기 대통령을 결정하지 못하면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의원직 및 의장을 사직하고 대통령직을 대행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 바이든 후보는 "내가 대통령이 될 것을 확신한다"며 사실상 승리 선언을 하면서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경합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며 "모든 표가 집계되면 대통령직을 차지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잇달아 개표 중단 소송을 낸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모든 표는 집계돼야 한다"며 "미국인들은 대선 결과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