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22주 연속 올랐다. 상승폭은 11주만에 다시 커졌다.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값도 지난주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전국적으로 매매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전세시장은 불안하지만 매매시장은 안정을 찾고 있다”고 했지만, 전셋값 상승세가 매매가격을 밀어올리는 모습이다. 전세난이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값(2일 기준)은 1주일 전보다 0.02% 올라 22주 연속 상승했다. 최근 10주간 0.01%의 동일한 상승률을 기록하다가 이번 주 들어 상승폭이 커졌다.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외곽 지역들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전세물량이 사라지자 세입자들이 매매에 나선 탓이다. 강북에선 중랑구가 일주일 사이에 0.03%에서 0.08%로 상승률이 커졌다. 강북·노원구(0.03%)와 종로구(0.02%)도 저가 단지 위주로 가격이 많이 뛰었다. 관악구(0.03%)와 금천·강서구(0.02%) 등도 구축 대단지 위주로 상승폭을 확대하는 중이다.

실제로도 노원·강북·관악구 등 몇년 전만 해도 10억원 이상 거래 비중이 ‘제로’였던 외곽 지역에선 이제는 10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속속 팔리고 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1차’ 전용면적 84㎡는 11억원 중후반대에 팔리며 12억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2년 반 전만 해도 7억원에 거래되던 단지였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 해링턴 플레이스’ 전용 84㎡ 역시 작년 말 7억5000만원에서 지난 9월 10억2000만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도봉구에선 ‘동아청솔’(134㎡)과 ‘북한산 아이파크 5차’(119㎡)가 10억원에 팔렸으며, 관악구에선 ‘관악푸르지오’(84㎡) 등이 10억원에 거래됐다.

다만 강남의 값비싼 재건축 단지는 관망세 보이며 하락하고 있다. 강남구(-0.01%)는 재건축 단지 위주로 호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2주 연속 내렸다. 서초구와 강동구도 보합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다만 송파구에선 중소형 면적 위주로 일부 상승세가 나타나면서 0.01% 소폭 올랐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계업소에 '양도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상담'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계업소에 '양도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상담'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수도권 역시 집값이 상승폭이 0.11%에서 0.15%로 벌어지면서 상승 곡선이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수도권에선 전셋값이 최근 5년 새 가장 강세를 보이는 중으로 전세난에 시달리던 실수요자들이 중저가 아파트를 타깃으로 매수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지역이 전주 0.16%에서 0.23%로 오름폭이 커진 가운데, 수도권 내에서 비규제지역인 김포시가 1.94% 뛰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고양 덕양구(0.37%)와 용인 기흥구(0.28%) 등 서울과 가까우면서 중저가 아파트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매수세가 강하다. 인천 집값 0.12%에서 0.15%로 크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 광역시 집값도 0.24%에서 0.29%로 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0.41%), 부산(0.37%), 대구(0.30%), 울산(0.27%), 광주(0.05%) 등으로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세난에 매매로 눈을 돌린 수요로 청약과 경매 시장은 달아오르고 있다. 청약은 수도권까지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10월 서울 아파트에 대한 경매 낙찰률은 11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3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경기도 과천시 지식정보타운 3개 단지 청약에는 누적 인원으로 57만명이 몰렸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매매가까지 밀어 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세난 '풍선효과' 매매가 밀었다…서울 11주만에 상승폭 확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1주 연속 상승하는 중이다. 0.12% 상승률을 기록하며 이번주 들어 상승 폭이 더 커졌다. 강남권에서 오름세가 더 가팔랐다. 송파구가 0.21%, 서초구가 0.20%, 강남구와 강동구는 각각 0.19%와 0.18%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은 “저금리, 실거주 요건 강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제, 청약 대기 수요 등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며 교통·학군이 양호한 주요 단지 위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23% 올랐다. 지난주 2015년 11월 첫째 주(0.23%)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이후 동일한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인천(0.48%), 고양 덕양구(0.42%), 의정부(0.38%), 광명(0.37%) 등에서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지방은 일주일 새 0.21%에서 0.23%로 상승률이 증가했다. 전국 기준으로도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동안 0.23% 올라 5년 6개월여만에 최대 오름폭을 보이는 중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