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보건의 발달과 백신 개발로 현대사회에서 감염성 질환 환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에 자가면역 질환과 비만, 당뇨 같은 대사성 질환, 자폐증 등 신경학적 질환 빈도가 급증했다. 그 원인으론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과 기능 이상이 꼽힌다.

서구화된 음식 섭취, 과도한 항생제 노출 등으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 또는 다양성 감소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런 변화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과 다양한 질환과의 관련성이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인체 유래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증 치료 기작

인체 유래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 단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분야는 대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이식(FMT·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을 통한 다제내성(multi-drug resistant)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difficile) 감염증 치료다. 클로스트리듐디피실 감염증은 항생제를 투여받은 입원환자에게서 장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의 무분별한 증식을 통해 유발되는 질환이다. FMT가 높은 치료 효과와 재발방지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FMT를 이용한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증 치료의 기작은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되었다.

첫째, 영양분과 장내 생존 공간(niche)에 대한 경쟁적 지위에 있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회복을 통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병원균 사멸을 유도하는 단백질인 박테리오신 분비를 통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둘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회복은 리토콜릭산과 같은 이차 담즙산의 생산을 유도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이차 담즙산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셋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 상피세포로부터 ‘RegIIIg’와 같은 항균성 단백질의 분비를 촉진하고, 장내 상피세포의 증식과 기능 회복을 통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로부터 분비되는 독소의 체내 유입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수행된 임상시험에서 FMT 치료를 받은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는 건강한 사람으로부터 얻은 분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내재된 병원성 공생 미생물의 체내 침입과 이로 인한 합병증에 기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이러한 FMT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안전한 치료기법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커버스토리 part.2] 장내 미생물은 어떻게 신약이 됐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한 장내 면역반응과 질환 매개-치료 면역반응과의 상관성

무균 동물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서 특정 자가면역 질환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류머티즘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과 같이 IL-17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 CD4 T세포(Th17·Thelper 17)에 의해 유도되는 자가면역 질환은 소장 또는 대장 내 Th17세포 수준과 관련이 있음이 무균 동물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장내 Th17세포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해 주로 유도되는데, 이러한 장내 Th17세포가 크게 감소되어 있는 무균 동물은 류머티즘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의 실험적인 유도가 힘들다. 장내 Th17 반응을 잘 유도하는 SFB(Segmented Filamentous Bacteria) 등의 균주 이식을 통해 무균 동물에서의 이러한 자가면역 질환이 잘 유도될 수 있음이 확인됐으며,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서도 장내 Th17세포 수준이 다발성 경화증 증상과 상관관계가 있음이 제시됐다.

아직까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한 장내 Th17세포 형성이 신경 및 관절 조직에서 자가 항원 특이적 Th17 증가를 야기하는 기작은 잘 규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SFB에 의해 유도되는 장내 Th17세포들이 SA A(Serum Amyloid protein A)를 매개로 유도되며, SAA의 체내 순환을 통해 다발성 경화증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음이 제시됐다.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한 장내 면역반응과 체내 면역반응의 상관관계를 이용해 항암면역 증진효과를 갖는 인체 유래 마이크로바이옴 균주 컨소시엄을 선별해 항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시도가 최근 보고됐다.

PD-1 또는 CTLA-4 항체와 같은 면역관문 억제제를 이용한 항암면역 치료의 경우 그 효과가 개인 간에 차이가 있다.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환자(responder)와 그렇지 않은 환자(non-responder) 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조성이 다르다는 점이 2018년 <사이언스>에 세 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이러한 연관성에 기인해 일본의 케냐혼다그룹과 미국 바이오기업 비단타바이오사이언스 공동연구 그룹은 항암 면역반응을 촉진할 수 있는 인체 유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균주를 선별했다. 인체 유래 마이크로바이옴 중에 서 포자 형성이 가능한 균주들을 무균 동물에 이식해 대장 내 CD8 T세포 반응을 높일 수 있는 균주 컨소시엄을 동정(同定)하였고, 실제 이를 장내 이식한 무균 동물이 암 억제와 면역관문 치료제에 대한 반응성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기법은 장내 면역반응과 질환 유도·억제 효과 간 상관관계를 이용한 주요한 사례다. 장내 면역체계의 발달과 기능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상호작용을 통해 결정되므로 마이크로바이옴의 장내 면역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다른 기관의 질환에 대한 마이크로바이옴의 면역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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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대사체에 의한 질환 유도 및 억제

다양한 장내 미생물은 체내 증식 및 유지 과정에서 다양한 생물학적 기능을 갖는 대사체(metabolites)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대사체는 숙주의 생리작용과 더불어 질환 발생 및 진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다양한 장내 혐기성 미생물들이 음식 내 식이섬유의 발효를 통해 만들어 내는 단쇄 지방산(SCFA·Short-Chain Fatty Acids·짧은사슬지방산)이다. 이러한 단쇄 지방산은 대장 상피세포의 영양분으로서 대장 내 방어기제를 강화하고, 백혈구 중 하나인 호중성구의 조직 침습 억제와 같은 항염효과를 가지고 있다.

또한 장내 유해 공생 미생물에 의한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의 분화와 증식을 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단쇄 지방산은 대장에서 흡수돼 혈액을 통해 체내 여러 기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염증성 장질환, 천식, 알레르기 등과 같은 면역 질환과 더불어 비만,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 대사성 질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학적 질환의 발생과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음식 내 식이섬유는 장내 공생 미생물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 식이섬유 섭취량이 높은 아프리카 사람들에 비해 유럽 및 미국 등 서구 문명의 사람들에게서 장내 공생 미생물의 다양성이 줄어든 까닭이기도 하다.

식이섬유 섭취 감소와 이에 따른 단쇄 지방산의 생산 저하 및 장내 공생 미생물의 다양성 감소는 서구화된 사회에서 비만 등 다양한 만성질환을 야기하는 한 요인으로 예상된다. 또 고지방, 고단백질, 저식이섬유의 서구화된 식습관은 심혈관 질환의 발생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심혈관 질환은 다양한 유전적·환경적 요인에 의해 비롯되나 장내 공생 미생물에 의해 심혈관 질환의 발생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

육류에 많이 존재하는 콜린과 카르니틴은 장내 공생 미생물의 대사 과정을 통해 트리메틸아민(TMA·trimethylamine )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숙주 내에서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물질인 트릴메틸아민- N -옥사이드(TMAO)의 증가를 야기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만,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 질환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연관성은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정확한 기작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최근의 연구를 통해 장내 공생 미생물에 의해 생산된 대사체가 여기에 관여한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서는 히스티딘에 의해 유래된 이미다졸 프로피온산(imidazole propionate)이 증가했는데, 무균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당뇨 환자에서 유래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이미다졸 프로피온산의 체내 증가를 야기하며 이미다졸 프로피온산의 주입을 통해 당뇨병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이러한 대사 산물이 당뇨병 치료제인 메포민의 치료 효과를 저해할 수 있음도 확인됐다.

항암면역 치료에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영향을 주는 원인 역시 장내 공생 미생물이 분비하는 대사체와 관련되어 있음이 최근에 알려졌다. 캐시 맥코이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팀은 항CTLA-4 항체를 이용한 면역관문억제제의 처리가 장내 방어기제를 약화시켜 장내 공생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대사체의 체내 유입을 증가시키고, 항암면역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러한 대사체 중 하나가이노신(inosine)이다. 항암면역에 중요한 CD8 T세포의 기능을 증가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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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연구를 통한 차세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개발 전망

질환 유도 및 진행과 밀접하게 연관성이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치료제로서 이용하려는 노력이 최근 들어 크게 증가했다. 암, 자가면역 질환, 자폐증,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해 기존 치료법이 갖는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의 하나다.

질환 치료 효과를 갖는 인체 유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단일 균주 또는 컨소시엄의 선별을 통해 살아 있는 바이오 의약품(LBPs·Live Biotherapeutic Products) 개발이 주요한 트렌드다. 그러나 이러한 LBP는 안전성, 대량생산, 장내 정착 문제 및 장내 환경에 따라 LBP의 치료 효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앞서 제시된 바와 같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효능 기전 연구를 통해서 LBP를 대체하거나 환자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기법들이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또는 특정 균주들이 생산해내는 대사체 또는 저분자 물질을 의약품으로 이용, 저분자 화합물로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정밀하게 제어해 질환 억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장점막 면역체계의 조절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제어 등 새로운 시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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