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의 고향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앤티크 골프용품 수집가’들의 모임 골프헤리티지소사이어티(옛 골프컬렉터소사이어티) 홈페이지를 찾으면 이 같은 인사말이 가장 먼저 골퍼들을 반긴다. 1970년 시작한 이 비영리단체에선 현재 10여 개 국가에서 모인 15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인세 골프 칼럼니스트(63)는 1980년대 후반 이 모임에 가입한 몇 안 되는 동양인.
이씨는 회원들을 ‘골프 바보 중의 바보’라고 부른다. 딱히 돈이 되지 않는데도 ‘수집’ 자체에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이른바 ‘컬렉션 재테크’도 앤티크 골프클럽엔 잘 맞지 않는 말이다. 앤티크 골프클럽의 ‘왕중왕’ 격으로 불리던 1700년대 롱노우즈 퍼터는 2000년대 중반 소더비경매에서 18만1000달러(약 2억500만원)에 팔렸다. 꽤 비싼 값처럼 보이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최근 30년도 안 된 타이거 우즈의 ‘백업용 퍼터’가 이와 비슷한 가격에 팔린 것에 비하면 그렇다.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따지면 기회비용의 대가가 비싼 셈이다.
그럼에도 회원 수를 유지하는 것은 앤티크 골프가 가진 ‘절대 매력’ 때문이다. 이씨는 “클럽 멤버들은 (1900년대 이전에 유행하던) 니코보코 스타일로 옷을 입고 히커리나무 샤프트를 낀 클럽을 들고 1년에 몇 번 유서 깊은 골프장에서 만나 골프 치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며 “그 순간만큼은 1800년대 스코틀랜드 골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거리도 요새 클럽과 비교하면 20~30% 덜 나가지만 앤티크 클럽이 가진 매력 때문에 놓지 못하겠다”고 했다.
꾸준히 80대 스코어를 내는 이씨는 메탈이나 카본으로 된 클럽을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다. 그는 “한국에서 니코보코 스타일 복장으로 히커리 샤프트로 만든 골프채로만 승부를 가리는 ‘히커리 골프대회’를 여는 것이 꿈”이라며 “유행은 돌고 돌지 않나. 언젠간 ‘앤티크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