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혁 이뮤노바이옴 대표 / 이뮤노바이옴 제공
임신혁 이뮤노바이옴 대표 / 이뮤노바이옴 제공
저분자화합물 신약과 다르게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작용기전을 밝히기가 어렵다. 우리 몸의 1000여 종의 미생물이 상호작용하는 데다 셀 수 없이 많은 대사물질로 면역체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설립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벤처기업 이뮤노바이옴은 작용기전 연구에 탁월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세레즈테라퓨틱스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임상 3상 결과가 알려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명확한 작용기전(MoA·Mechanism of Action)을 기반으로 개발되는 전통적인 저분자화합물 기반 신약과 달리 개발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들은 작용기전이 명확하지 않다. 어느 제품의 TV광고처럼 “분명 좋긴 한데” 왜 좋은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불명확한 작용기전 때문에 사망사고도 나왔다. 지난해 분변이식(FMT) 후 클로스트리듐디피실 감염증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건강한 사람의 몸에선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던 대장균이 환자의 혈류 내로 침입해 감염을 일으킨 게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다.

세레즈테라퓨틱스를 비롯해 여러 업체가 개발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신약도 사실상 FMT의 연선상에 있다. 분변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식하는 대신, 정제한 미생물을 경구 투여 방식 등으로 환자하게 전달한다. 어떤 미생물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몸에 영향을 주는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면 사망사고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의 작용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져야 하는 이유다.

이뮤노바이옴을 설립한 임신혁 대표는 “명확한 작용기전을 바탕으로 항염증 치료제와 자폐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며 “미생물에서 유래한 어떤 물질이 우리 몸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내야 제대로 작용기전을 밝혔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세계적인 면역학 석학으로 인정받는 고(故) 찰리서 교수가 타계하기 전까지 기초과학연구원(IBS) 면역미생물공생연구단에서 미생물들의 상호작용 기작을 연구했다. 임 대표 또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면역학 전문가다.

작용기전 밝힌 마이크로바이옴 파이프라인 보유

이뮤노바이옴은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했을 때 효과를 높이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 후보물질 ‘IMB001’의 전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조절T세포는 우리 몸의 과잉 면역반응을 억제해 자가면역 질환의 발병을 막지만 그 숫자가 너무 많아질 경우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제거하는 정상적인 면역활동까지 방해하게 된다.

이뮤노바이옴은 균주 IMB001이 분비하는 특정 다당류가 조절T세포의 분화를 억제하고 세포살해 T세포의 분화 및 활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임 대표는 “IMB001이 암세포 주위의 면역억제 환경을 면역증강 환경으로 바꿔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나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를 높여준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말했다.

이뮤노바이옴은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한 결과를 인간 유래 암세포 시료를 대상으로 재현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있다. 2022년께 임상 1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뮤노바이옴은 면역환경을 강화해주는 IMB001과는 반대로 면역을 억제하는 미생물 균주도확보했다. 염증성 장질환 등 자가면역 질환 치료 후보물질 ‘IMB002’가 그것이다. 임 대표는 “이 미생물이 장에 있을 때 항염증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 미생물이 분비하는 특정 다당류만 따로 분리해 장에 넣었을 때도 똑같은 항염증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다당류가 어떤 작용기전을 통해 항염증 효과를 내는지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뮤노바이옴 연구팀은 이 다당류가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수지상세포의 톨유사수용체(TLR)에 결합하면 이 수지상세포가 면역활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임 대표는 “항염증 기능이 있다 보니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전임상 시험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뮤노바이옴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활용한 자폐증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임 대표는 “자폐증 환자의 뇌에서 염증이 심해졌다는 연구결과를 보고 항염증 기능이 있는 IMB002 균주를 적용해봤는데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용기전 확인 가능한 인프라가 무기

이뮤노바이옴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의 약점인 작용기전을 밝히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뮤노바이옴이 자체 개발하고 사용 중인 무균 쥐가 대표적이다. 실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균을 배제하고 원하는 종류의 균으로만 실험을 진행할 수 있어 기초연구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실험 대상인 균이 다양한 균이 뒤섞여 있는 실제 장의 환경에선 어떻게 활동할지도 확인해야 한다. 쥐가 아닌 사람의 면역세포와의 상호작용에서는 달라지는 점이 없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이뮤노바이옴은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면역결핍 쥐를 바탕으로 한 ‘아바타 마이크로바이옴 모델’을 만들었다. 먼저 면역결핍 쥐를 만든 뒤 무균화시켰다. 그 다음 사람의 면역세포를 집어넣어 사람과 유사한 면역 반응을 보이도록 했다.

또한 사람의 분변을 이식해 마찬가지로 사람과 거의 비슷한 마이크로바이옴을 갖도록 했다. 사실상 인간의 면역세포와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진 쥐여서 인간과 매우 유사한 환경에서 각종 실험을 수행할 수 있다.

임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연구의 대표적인 허들이 바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결과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결과 사이의 간극이었다”며 “아바타 마이크로바이옴 모델이 이 간극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뮤노바이옴은 시리즈B까지 외부 투자유치를 진행했다. 누적 투자유치액은 110억 원이다. 벤처캐피털(VC) 중에서는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앵커투자자로 시리즈A와 시리즈B를 주도했다. IPO 예상 일정은 2022년이다.
●애널리스트 평가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분야의 차세대 벤처기업
by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CIO(상무)
“이뮤노바이옴은 고바이오랩, 지놈앤컴퍼니 등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기업의 뒤를 이을 차세대 신약 벤처기업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 등을 거친 임신혁 대표의 능력 또한 검증됐다고 본다. 연구개발(R&D) 능력 및 인력 풀은 현 단계에서는 훌륭하지만 향후 후반 임상이나 사업개발 관련 인력은 조달이 필요해 보인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