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프런티어] 타깃-성분 멀티 전략으로 천연물 신약 도전장 낸 엠테라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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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원 엠테라파마 대표 인터뷰
현대판 천연물 신약의 원조는 버드나무 추출물로 만든 아스피린이다. 천연물 의약품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작용 기전을 밝히기가 어려워서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수백년 넘게 민간요법으로 사용돼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 새삼 부각되면서다. 엠테라파마는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포부로 올 2월 설립된 천연물 신약 개발 스타트업이다.
손미원 엠테라파마 대표(58)는 국내서 손꼽히는 천연물 신약 개발 전문가다. 서울대 약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고 동아에스티(당시 동아제약)에 입사해 23년 동안 다양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천연물 의약품 개발은 쉽지 않았다. 요즘같은 첨단 장비가 없다보니 천연물에 포함된 20~30개 성분을 밝히는 데만 5~6년이 족히 걸렸다.
그는 천연물 의약품 연구 환경의 선진화에 적극 나섰다. 2011년 지식경제R&D전략기획단 천연물신약사업단 단장을 맡아 연구 선진화 기반을 닦았다. 천연물의 성분과 기전, 약효 등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17년 과학 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과학 기술상’을 수상했다. 산업계 여성 연구원으로는 첫 수상이었다.
때가 왔다고 판단한 손 대표는 천연물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5명의 연구자와 올초 창업했다. 김상건 서울대 약대 교수(타깃 발굴), 김선여 가천대 약대 교수(생약 소재), 오명숙 경희대 약대 교수(생약 소재), 이충환 건국대 시스템생명공학과 교수(대사체 분석), 장영표 경희대 약대 교수(제조 공정 및 규격화) 등이 창업멤버다. 동국제약 휴온스 등 제약사들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특정 약물 성분에 최적인 타깃을 매칭하는 바이오 핑거프린팅 기술도 확립 중이다. 손 대표는 “천연물은 기후조건 등이 바뀌면 약물의 속성이나 효능이 달라질 수 있다”며 “실험·임상·상용화 등 모든 단계에서 원료가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대표 파이프라인 MT101은 네 가지 경로로 도파민을 활성화시켜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첫째가 유비퀴틴화다. 유비퀴틴은 단백질 분해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76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다. MT101은 20S 프로테아솜(유비퀴틴의 명령에 따라 단백질을 파괴하는 효소) 발현을 증가시킨다. 이는 뇌신경에 독성을 일으키는 α-시누클린 응집체를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뇌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다.
둘째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회복이다. 세포의 에너지 공장으로 불리는 미토콘드리아 생성을 촉진하는 작용제 역할을 해 세포 내 미토 콘드리아 수를 늘려준다. 셋째는 세포자살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IP3R, CASSP3, DUSP1의 발현을 감소시킨다. 이렇게 되면 세포생존율이 높아지게 된다.
넷째는 도파민 관련 유전자 활성 단백질의 일종인 Nurr1을 활성화한다. Nurr1이 결핍되면 뇌세포가 사멸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손 대표는 “네 가지 경로를 통해 MT101이 도파민은 물론 세레토닌 등 퇴행성 뇌질환에 관여하는 신경물질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나머지 파이프라인은 내년 전임상에 들어간다. MT102는 부작용 없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로 개발한다. 기존 치료제인 TNF-α 억제제는 종양 증가, 감염 위험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2022년 임상 2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손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과 천연물을 함께 적용한 신약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MT103은 인슐린 감수성 개선 치료제다. 대사 장애 유발인자 가운데 하나인 ITIH1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혈당을 정상화시킨다. ITIH1은 세포 외벽을 단단하게 만드는데 이렇게 되면 근육이나 지방세포가 두꺼워져 혈당 흡수가 잘 안된다. 손 대표는 “혈액 속 인슐린 흡수를 근본적으로 조절하려는 것”이라며 “2024년께 임상 1·2상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했다.
알츠하이머 후보물질 MT104는 올해 말 인체시험을 거쳐 2023년 임상 2상을 계획하고 있다. 손 대표는 “아밀로이드베타, 타우 등 치매 유발 단백질은 물론 뇌질환과 관련된 장내 균총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 개선제로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엠테라파마는 만성 난치성 질환을 다중 타깃으로 치료하는 혁신 신약으로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다. 약물 분석 기술을 활용해 후보물질 발굴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손 대표는 “2023년에는 미국 임상 2상을 마친 파이프라인 1개, 미국 2상 진행 파이프라인 1개, 전임상 단계 파이프라인 1개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2014년께 상장할 계획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손미원 엠테라파마 대표(58)는 국내서 손꼽히는 천연물 신약 개발 전문가다. 서울대 약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고 동아에스티(당시 동아제약)에 입사해 23년 동안 다양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18년째 천연물 신약 개발
손 대표가 천연물 신약 연구를 본격 시작한 것은 2003년이다. 동아에스티의 대표 천연물 신약인 스티렌과 모티리톤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특정 질환에 좋다고 알려진 생약 및 한의약 등의 소재들을 스크리닝한 뒤 최적의 조합을 찾는 방식으로 천연물 신약을 개발했다.천연물 의약품 개발은 쉽지 않았다. 요즘같은 첨단 장비가 없다보니 천연물에 포함된 20~30개 성분을 밝히는 데만 5~6년이 족히 걸렸다.
그는 천연물 의약품 연구 환경의 선진화에 적극 나섰다. 2011년 지식경제R&D전략기획단 천연물신약사업단 단장을 맡아 연구 선진화 기반을 닦았다. 천연물의 성분과 기전, 약효 등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17년 과학 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과학 기술상’을 수상했다. 산업계 여성 연구원으로는 첫 수상이었다.
천연물 전도사에서 늦깎이 창업가로
손 대표는 천연물 시대가 본격 열릴 것이라는 믿음은 버리지 않았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유럽에선 천연물 의약품의 안전성을 인정 해줍니다. 이미 쓰이고 있는 약재는 임상 1상을 면제해주고 곧바로 2상을 할 수 있어요.”때가 왔다고 판단한 손 대표는 천연물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5명의 연구자와 올초 창업했다. 김상건 서울대 약대 교수(타깃 발굴), 김선여 가천대 약대 교수(생약 소재), 오명숙 경희대 약대 교수(생약 소재), 이충환 건국대 시스템생명공학과 교수(대사체 분석), 장영표 경희대 약대 교수(제조 공정 및 규격화) 등이 창업멤버다. 동국제약 휴온스 등 제약사들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다중 타깃-다중 성분 후보물질 확보
엠테라파마는 4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파킨슨병 후보물질 ‘MT101’, 염증성 장질환 후보물질 ‘MT102’, 2형 당뇨 후보물질 ‘MT103’, 치매 후보물질 ‘MT104’ 등이다. 타깃과 성분을 여러개로 늘려 효능을 극대화하는 약물들이다. 다중 오믹스 분석을 활용하고 천연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축한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과 공동연구도 진행한다. 천연물 성분의 기전과 효능을 분석하는 툴이다.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특정 약물 성분에 최적인 타깃을 매칭하는 바이오 핑거프린팅 기술도 확립 중이다. 손 대표는 “천연물은 기후조건 등이 바뀌면 약물의 속성이나 효능이 달라질 수 있다”며 “실험·임상·상용화 등 모든 단계에서 원료가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대표 파이프라인 MT101은 네 가지 경로로 도파민을 활성화시켜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첫째가 유비퀴틴화다. 유비퀴틴은 단백질 분해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76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다. MT101은 20S 프로테아솜(유비퀴틴의 명령에 따라 단백질을 파괴하는 효소) 발현을 증가시킨다. 이는 뇌신경에 독성을 일으키는 α-시누클린 응집체를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뇌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다.
둘째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회복이다. 세포의 에너지 공장으로 불리는 미토콘드리아 생성을 촉진하는 작용제 역할을 해 세포 내 미토 콘드리아 수를 늘려준다. 셋째는 세포자살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IP3R, CASSP3, DUSP1의 발현을 감소시킨다. 이렇게 되면 세포생존율이 높아지게 된다.
넷째는 도파민 관련 유전자 활성 단백질의 일종인 Nurr1을 활성화한다. Nurr1이 결핍되면 뇌세포가 사멸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손 대표는 “네 가지 경로를 통해 MT101이 도파민은 물론 세레토닌 등 퇴행성 뇌질환에 관여하는 신경물질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내년 미국서 임상 1상 계획
엠테라파마는 MT101의 전임상을 올해 마치고 내년 상반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내년 안에 임상 1상에 착수하기 위해서다. 손 대표 는 “파킨슨병 초·중기 환자가 타깃”이라며 “중기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도파민 제제와 병용 임상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나머지 파이프라인은 내년 전임상에 들어간다. MT102는 부작용 없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로 개발한다. 기존 치료제인 TNF-α 억제제는 종양 증가, 감염 위험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2022년 임상 2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손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과 천연물을 함께 적용한 신약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MT103은 인슐린 감수성 개선 치료제다. 대사 장애 유발인자 가운데 하나인 ITIH1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혈당을 정상화시킨다. ITIH1은 세포 외벽을 단단하게 만드는데 이렇게 되면 근육이나 지방세포가 두꺼워져 혈당 흡수가 잘 안된다. 손 대표는 “혈액 속 인슐린 흡수를 근본적으로 조절하려는 것”이라며 “2024년께 임상 1·2상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했다.
알츠하이머 후보물질 MT104는 올해 말 인체시험을 거쳐 2023년 임상 2상을 계획하고 있다. 손 대표는 “아밀로이드베타, 타우 등 치매 유발 단백질은 물론 뇌질환과 관련된 장내 균총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 개선제로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천연물 신약 강자를 꿈꾼다
BBC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천연물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6억 달러다. 국내 시장은 1조5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1000조 원이 웃도는 글로벌 제약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천연물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손 대표는 “FDA에 천연물 임상시험을 신청한 건수만 800여 건에 이른다”며 “천연물 의약품 시장의 성장세가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엠테라파마는 만성 난치성 질환을 다중 타깃으로 치료하는 혁신 신약으로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다. 약물 분석 기술을 활용해 후보물질 발굴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손 대표는 “2023년에는 미국 임상 2상을 마친 파이프라인 1개, 미국 2상 진행 파이프라인 1개, 전임상 단계 파이프라인 1개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2014년께 상장할 계획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