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에 결국…한국GM, 2100억 규모 투자 보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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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쟁의행위로 유동성 악화"
"부평공장 투자 재검토" 맞대응
"부평공장 투자 재검토" 맞대응

한국GM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둘러싸고 최근 발생한 노조의 쟁의행위로 회사 유동성이 악화됐다며 차세대 글로벌 신차 생산을 위해 예정된 부평공장 투자를 보류, 재검토한다고 6일 밝혔다.
임금협상 주기를 이번 한 번만 2년으로 늘리자는 요구도 덧붙였다. 임금협상 주기를 2년으로 늘리면 경영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직원들에게도 장기적인 안정성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원 1인당 성과금 등 총 7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협상 주기 연장에 반대하며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평균 2000만원 이상) 지급 등을 요구했다. 또한 협상 주기를 연장하자는 사측의 요구에 반발해 23일부터 잔업과 특근을 거부했고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이틀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한국GM측은 "상반기 심각한 현금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 강력한 비용절감 조치로 겨우 넘겼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은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부평 물류센터 부지를 매각했고 지난 4월부터는 팀장급 이상 사무직 직원들의 임금을 20% 유예하고 있다. 임원들은 임금 20% 유예에 더해 직급에 따라 급여도 5~10% 추가 삭감했다. 직원들의 월급에 손을 대 위기에서 겨우 벗어난 셈이다.
시장에서는 한국 철수를 염두에 둔 조치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앞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인에게 "생산 차질이 재발한다면 한국 사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한국GM은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한국법인도 철수 직전까지 갔지만, GM 본사가 64억달러, KDB산업은행도 7억5000만달러를 수혈하며 경영정상화를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GM 본사가 2028년까지 한국GM의 자산이나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노사갈등이 지속되고 국내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판단하면 철수할 수 있다는 것이 카젬 사장의 지적이다.
자체적인 유동성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생산 손실은 점차 커지고 사법·노동 리스크까지 겪고 있는 것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올해 미국 본사에 제시한 흑자 전환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만에 하나 GM이 한국GM의 상황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면 한국 철수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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