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대란' 현실로…학부모는 울상, 교사들은 우왕좌왕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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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초등학교 7곳 중 4곳 '돌봄 파업'
학부모 "주변에 부탁하기 너무 힘들다" 토로
노조 이달 2차 파업 예고…학부모 불편 우려
학부모 "주변에 부탁하기 너무 힘들다" 토로
노조 이달 2차 파업 예고…학부모 불편 우려
"워킹맘들은 정말 대안이 없어요. 2차 파업까지 할 수 있다는데…벌써 마음이 불편합니다."6일 전국 초등학교 돌봄전담사 파업으로 돌봄교실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교육부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학부모들이 돌봄교실 이용을 신청토록 해 돌봄 수요를 줄이는 동시에 파업 미참가자와 교사들을 활용해 돌봄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전국의 돌봄 전담사 1만2000여명 중 절반이 넘는 6000여명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돌봄 대란’을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부모들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학부모 "주변에 손 벌리기 너무 힘들어"…학교 내부서도 '혼란'
초등돌봄교실은 맞벌이나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가정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교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재 초등돌봄교실에서 돌보는 학생들은 약 20만명으로 이 중 80% 이상이 저학년인 1∼2학년이다.돌봄전담사 파업이 강행된 6일 <한경닷컴>이 방문한 수도권 내 초등학교 7곳 중 4곳이 돌봄 교실을 운영하지 않았다. 며칠 전에야 돌봄 교실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학부모들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기도에서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키우는 한모씨는 돌봄전담사 파업 소식을 접하고 급히 기존에 다니던 학원에 도움을 구했다고 했다. 그는 "학원 시간을 조정해 아이를 2시간 정도 빨리 하교시켜달라고 부탁했다"며 "주변에서도 난리다. 그나마 집에 누가 있으면 괜찮은데 워킹맘들은 정말 대안이 없다며 울상"이라고 전했다.
저학년 초등학생 아들을 출근길에 내려다주던 김모씨도 "오늘은 다행히 아내가 집에 있는 상황이라 방법이 있었지만, 맞벌이 부부들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며 "부모 입장에서 2차 파업도 예정되는 상황이라 마음이 편치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이들 교육과 관련된 이들의 입장이 부딪히는 것이니 빠르고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녀의 손을 잡고 등굣길에 나선 한 학부모도 "평소 돌봄 교실을 이용하는데 파업일인 오늘 마침 연차를 썼다"며 "일부러 연차 날짜를 맞춘 건 아닌데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학교 내부 사정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수도권 소재 한 초등학교를 찾아 돌봄 교실 운영 여부를 묻자 A 교사는 "오늘 돌봄 교실을 운영하지 않는다. 표면상으로는 안 하는 것인데 정말 대안이 없는 아이들은 돌봄 교실에 모아서 한 선생님이 담당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를 듣던 B 교사는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다. 그는 "아예 돌봄 교실 자체를 운영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임시로 운영하기로 했으나 다시 안 하기로 했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돌봄 파업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학교 내에서조차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노조 "이달 2차 파업 예고"…학부모 불편 지속 우려
돌봄전담사들은 하루 4시간 안팎인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늘리는 것과 돌봄사업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내용의 '온종일돌봄법'(온종일 돌봄체계 운영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철회를 주장하며 이날 파업을 벌였다.이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온종일돌봄특별법이 논의되자 초등돌봄교실 운영 주체가 기존 교육당국에서 지자체로 이관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해왔다.
초등돌봄교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여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지난 5일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월부터 지자체 이관 추진 전면 중단과 돌봄시간제 폐지를 요구하며 문제해결을 촉구해왔는데 정부와 국회는 실질적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돌봄전담사들이 파업을 예고하자 교육부는 지난 3일 뒤늦게 노조와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시·도교육청이 참여하는 '초등돌봄 운영개선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교육부는 협의체를 통해 돌봄전담사 근무여건 개선과 교사들의 업무 부담 경감 등을 논의하려 했다.
그러나 파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파업을 막진 못했다. 돌봄전담사들을 대변하는 교육공무직본부는 협의체에 참여하더라도 파업은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성식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파업을 이틀 앞두고 갑작스럽게 협의체 구성 제안이 왔다"며 "협의체 필요성은 인정하나 구성 제안만으로 파업을 보류할 순 없다"고 말했다.
연대회의 또한 "파업을 이틀 앞두고서야 교육부는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하겠으니 파업을 접으라고 한다"면서 "5월부터 모든 홍보수단을 통해 문제점을 알리고 교육당국과 협의를 요구했는데 너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교원단체마저 돌봄전담사 파업시 교사들이 대체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맞서면서 방과후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둘러싼 학부모 우려는 더욱 높아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현행법상 대체근로는 위법"이라면서 "교사들은 (대체근로를) 단호하게 반대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돌봄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돌봄 노조 측에 따르면 각 시도교육청은 연대회의와의 단체교섭에서 최저임금 인상률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0.9% 인상안을 들고 나왔고, 8시간 전일제 요구는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도 않았다.
노조는 돌봄 전담사들이 현재 4∼5시간만 노동 시간으로 인정받는 시간제 노동자이지만 '시간 외 공짜 노동'이 많은 만큼 8시간 전일제 전환 카드를 파업 철회 핵심 요건으로 제시했다.
학비연대 관계자는 "8시간 전일제와 관련해 교육청은 '근무시간 확대는 임금과 관련 없기 때문에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현장 부담도 고려하겠지만 1차 파업 후 진전이 없다면 이달 안 추가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