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미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한국 등 우방국들의 참여를 요청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대(對) 중국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지만 세계무역기구(WTO)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를 통한 다자주의 체제를 이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정부 출범시 예상되는 경제 정책과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전략을 분석했다.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자유무역주의적 통상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 체제를 통해 통상이슈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중국 통상정책이나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측면에서는 보호무역주의적 전략을 병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중심으로 WTO 체제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영기업의 보조금 지급 문제, 디지털 무역 이슈 등 국제 통상환경 질서를 미국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CPTPP에 복귀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TPP를 주도적으로 이끌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연구원은 CPTPP 재가입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직접적인 관세 부과 방식보다는 WTO와 CPTPP에서의 영향력을 높여 다자 외교를 통한 통상압박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들에게 동참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WTO와 CPTPP 등 다자 외교 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고려해 사안별로 우리의 입장을 정하고 협상에 나서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동차 반도체 의료장비 등 주요 분야에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미국 내 경제정책으로는 추가 경기부양책 등 확장적 재정정책, 유턴 기업에 대한 혜택 확대 등이 전개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바이든 정부는 법인세 인상 등 부자 증세를 핵심으로 하는 세제 개편을 추진해 수입 기반의 확장 재정정책을 펼 전망이다. 본국으로 회귀하는 자국 기업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에 징벌적 세금 부과방식을 적극 활용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