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는 국민의 성인지 학습기회’ 발언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연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학습이 필요한 것은 여가부 장관이고, 학습하지 않은 것은 정부 여당이다”며 정부와 여당이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은 성명을 내고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입장을 지속해서 회피하는 것이 여가부 장관이라면 자신의 역할을 먼저 학습해야 한다”고 6일 밝혔다.

이 장관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선거에 838억원이 사용되는데 피해자나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봤느냐”고 묻자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국민 전체가 성 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동행동은 “성차별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 주무 부처 장관의 철저한 무책임과 유체이탈은 지금 싸우는 피해자들에 대한 외면이며 앞으로 드러나고 말해져야 할 성폭력에 대한 방기”라며 “미투운동의 시대를 거치며 시민은 부당한 권력 관행과 문화, 제도를 바꾸고자 하고 있으나 정부 여당은 부인과 부정, 2차 가해 방치의 일로를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달 13일 여가부에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및 예방 대책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한 달이 되도록 회신이 없다고도 했다.

전날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피해자도 이 장관의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오거돈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는 지난 5일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오거돈 사건이 집단학습 기회라니, 그럼 나는 학습 교재냐. 내가 어떻게 사는지 티끌만 한 관심이라도 있다면 저따위 말은 절대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피해 주기 싫어서 악착같이 멀쩡한 척하면서 꾸역꾸역 살고 있는데 여가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내 인생을 수단 취급할 수가 있냐”며 “저 소리 듣고 오늘 또 무너졌다, 영상 보고 너무 충격받고 역겨워서 먹은 음식 다 게워내기까지 했다”고 했다. 이어 “내 앞에서도 저렇게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심정을 밝혔다고 부산 성폭력상담소는 전했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폭력방지위원회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중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