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가 ‘댓글 조작’ 재판에서 또다시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 범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유지·강화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들은 단순 정치인과 지지자 관계를 넘어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창출을 위해 공동으로 범행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킹크랩 시연회에 참여한 게 분명…피고인 묵인아래 댓글조작 이뤄져"
김 지사가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19대 대선까지 민주당 후보 당선을 위해 댓글을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다. 또 하나는 해당 선거운동의 대가로 드루킹 측근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다. 재판부는 이 중 댓글 조작 혐의는 일부 유죄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각각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고 드루킹으로부터 킹크랩 운용 현황 등이 담긴 정보보고를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 ‘경제적 공진화를 위한 모임(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했을 당시 ‘댓글 순위 조작을 위한 킹크랩 개발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브리핑한 문서 ‘201611 온라인정보보고’가 존재한다”며 “김 지사가 킹크랩 개발 및 운용을 동의하고 승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일반적인 지지 단체들과 달리 드루킹 일당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김 지사가 직접 드루킹에게 기사 인터넷 주소(URL)를 전송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댓글 조작 혐의 중 삭제된 댓글에도 공감, 비공감 클릭을 한 부분 등에 대해선 김 지사의 공모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반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1심과 달리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특별검사 측이 선거운동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죄형 법정주의(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미리 정해져야 한다는 형법상 원칙)의 명확성 원칙에 벗어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민주사회에서는 공정한 여론 형성이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고 그것을 저버린 때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조직적인 댓글부대 활동은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