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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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과 과태료, 과징금 등을 걷는 법무부 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요 부처가 내년에 징수액을 대거 늘릴 전망이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추정되는 증액 규모만 9000억원 안팎이다. ‘교통 딱지’ 등 서민을 겨냥한 과태료까지 대거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해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 징수액은 더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힘든데…내년 '교통 딱지' 40% 늘어날 듯
6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벌금 몰수금 추징금 과태료 징계부과금 과징금 등 세입예산은 총 3조4623억원이 잡혔다. 올해 예산액보다 7.6% 늘어난 규모다. 올해 예산안에서는 전년 대비 2.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벌금 등 전체 세입예산의 54%를 차지하고 있는 법무부가 가장 증가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내년에 1조8846억원으로, 올해 예산액 대비 19.4%, 올해 말까지의 실제 예상 징수액 대비 48.0%를 늘려 잡았다.

경찰청은 과태료 등 세입예산을 내년 7970억원으로 편성했다. 명시적으로는 올해 대비 1.1% 감소한 수치다. 예산정책처는 그러나 경찰청 예산안과는 달리 올해 7000억원 규모였던 교통 과태료가 내년에 약 4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3000억원 안팎 늘어나는 셈이다. 교통 과태료 통지서를 보낼 때 쓰이는 우편료 예산이 내년에 37.7% 증액됐기 때문이다. 예산정책처는 ‘2021년도 경찰청 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우편료 증가는 단속 건수 증가를 의미하며, 이는 과태료 부과 건수 및 금액의 증가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교통 단속 증가는 정부가 올해부터 내년까지 무인단속장비를 5000대 이상 설치하면서 예견된 일이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과태료 수입의 97% 이상이 무인단속장비에 의해 부과된다.

공정위는 올해보다 5.4% 감소한 4204억원을 벌금 등 내년 세입예산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국회에 계류돼 있는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방침대로 이번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과징금 규모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과징금 상한을 두 배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담합은 거래금액의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은 3%에서 6%로, 불공정거래 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상향 조정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벌금 과태료 등 증액은 국민과 기업을 더욱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며 “올해 예산 심사에서 무리한 증액 예산을 삭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조미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