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네티즌 주장…韓日 중 일방에 치우쳤다고 보긴 어려워
對日 강온양면…아베 야스쿠니 참배는 비판, 美의회 연설은 지지
[팩트체크] 바이든은 '친일(親日)' 인사다?
막바지 개표가 진행 중인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대해 '친일' 성향이라는 주장이 국내 일부 네티즌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되면 일본 편만 들어주겠네", "바이든은 친일. 우리나라에는 악재임" 등의 글이다.

구체적인 근거는 적시하지 않은 채 바이든의 친일 성향 때문에 그가 대통령에 오르면 한국 외교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친일'의 사전적 의미는 '일본과 친하다'는 것이나 한국 사회에서 제3국 인사에 대해 쓸 때는 한일 간 현안에서 일본의 편을 더 들어주거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주장에 관대한 인사라는 정도의 함의가 있다.

네티즌들의 '바이든 친일론'도 유사한 맥락이다.

그렇다면 바이든의 과거 행적에 비춰 그를 한일 문제에서 일본에 좀 더 치우친 '친일 인사', 또는 일본 지도급 인사들의 '역사 수정주의' 언행을 용납하는 인사로 볼 수 있을까?
◇부통령 시절 한일 갈등 중재 노력
상원의원 시절 외교위원장을 지내고, 2009∼2017년 미국의 2인자인 부통령으로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뒷받침한 바이든은 대(對) 아시아 외교에서 미일동맹을 중시한 것은 사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그가 역사인식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 국면에서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지는 않았으며, 양국 사이에서 중재 행보에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상하는 중국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내건 '아시아 중시 외교' 기조에 맞춰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데 애를 썼고, 그 공조에 악재인 한일관계 균열을 봉합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한일 갈등이 심상치 않던 2013년 12월 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와의 회동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과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이 발언에 바이든의 대(對) 한·일 외교 기조가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다.

또 부통령 시절 후반기인 2016년 8월 26일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이 '지정학 치료사(The Geopolitical Therapist)-조 바이든 부통령과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바이든과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는데, 여기서 바이든은 자신의 한일 정상외교 중재 노력을 술회했다.

바이든은 자신이 아베 당시 총리로부터 한일관계 관련 도움을 부탁받은 뒤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모종의 요청을 했던 일을 소개하며 "나는 합의를 만드는 협상을 하지는 않지만 두 사람(박근혜·아베)과 개인적 관계를 맺고 있고 그들이 나를 신뢰했기 때문에 결국엔 교섭 담당자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은 부부관계를 복원시키는 '이혼 상담사' 같았다"고 말했다.

[팩트체크] 바이든은 '친일(親日)' 인사다?
◇아베 야스쿠니행 비판 주도한 이도, 아베 美의회 연설 'OK'한 이도 바이든.
부통령 시절 바이든은 일본, 특히 아베 당시 일본 총리에 대해 강온 양면을 보여줬다.

2013년 12월 아베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참배했을 때 바이든은 미국 정부의 강한 비판 표명을 주도했으며, 사전에 아베에게 야스쿠니 참배를 하지 말기를 촉구하는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민영방송 TBS 워싱턴 지국장(2013∼2015년) 출신인 언론인 야마구치 노리유키(山口敬之)가 아베 정권의 국정운영 내막을 담아 펴낸 '총리'(236쪽·겐토샤<幻冬舍>·2016년 출간)에 따르면 바이든은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 2주 전 통화에서 아베에게 야스쿠니 참배를 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권고했다.

책에 따르면 바이든은 자신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만났을 때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에 안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사실을 아베에게 전했다.

내정간섭 시비를 피하기 위해 직설화법을 쓰지 않았을 뿐 누가 봐도 '한일관계를 해칠 수 있으니 야스쿠니 참배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결국 아베가 2013년 12월 26일 야스쿠니를 참배하자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 안에서 대일 비판의 선봉에 섰다.

2014년 1월 18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와 관련한 미 국무부의 성명 원안에는 `실망'(disappointed)했다는 문구가 없었으나 백악관 내 최종 조정 과정에서 '실망' 표현이 들어갔으며, 그것을 주도한 것은 바이든이었다고 한다.

그런 반면 바이든은 부통령으로서 상원의장을 겸하던 2015년 4월 아베 당시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데 동의했고, 연설 내용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당시 야스쿠니 참배 문제 등으로 '역사 수정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아베가 양원 합동 연설 무대에 설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미국 조야에서 있었지만 결국 상원의장인 바이든이 연설에 반대하지 않았기에 연설은 성사됐다.

그리고 연설에서 아베가 2차 세계대전에 대한 '통절한 반성'(deep remorse)을 표명한 데 대해, 바이든은 "책임이 일본 측에 있다는 것을 매우 명확히 했다"고 평가했다.

[팩트체크] 바이든은 '친일(親日)' 인사다?
그런가 하면 바이든은 대 중국 견제를 위한 미일동맹을 중시하면서도, 일본의 핵무장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은 2016년 8월 15일,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대선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원 연설을 하면서 일본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 발언을 비판하며 "일본은 우리가 만든 헌법(일본 평화헌법)에 따라 핵보유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트럼프)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타 미국 지도자들과 비교해 특별히 친일적이라고 볼 근거 없어"
바이든이 부통령을 지낸 미국 오바마 행정부 1기(2009.1∼2013.1)와 임기가 겹치는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6일 "바이든이 트럼프를 제외한 이전의 다른 미국 대통령과 비교할 때 더 친일적이라고 주장할 근거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천 이사장은 아시아 전략 차원에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중시해온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에 입각해 말하자면 역대 미국 지도급 인사들은 '친일'인 동시에 '친한'(親韓)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문가인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냉전 시기는 물론 냉전 이후로도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국 지도자들은 한미일 3국 공조를 중시하는 외교정책을 채택했다"고 평가한 뒤 "바이든이 특별히 친일적인 행보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통일 문제 등과 관련해 친(親) 한국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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