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패' 위기 놓인 트럼프…그 뒤엔 세 명의 女 저격수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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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사실상 완패 위기에 내몰린 데는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경합 주를 대거 내준 영향이 컸다. 특히 28년간 공화당의 '철옹성'이었던 애리조나와 조지아가 무너지고 트럼프가 가장 공 들였던 미시간마저 뺏긴 점이 뼈 아팠다. 이들 3개주의 총 선거인단은 총 43명. 지난번 대선때 트럼프 당선을 주도했던 지역들이지만 이번엔 거꾸로 바이든이 트럼프를 물리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들 3개 주는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를 괴롭혔던 대표적인 여성 저격수들이 '활약'한 곳이다. 공화당 거물 정치인 고(故) 존 매케인 전 의원의 부인인 신디 매케인, 키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그들이다.
미 언론들은 특히 애리조나의 '변심' 뒤에는 신디 매케인이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캠프는 애리조나의 패배에 상당한 큰 충격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 “선거일인 3일 밤 폭스뉴스가 개표율 73% 시점에서 바이든의 애리조나 승리를 점쳤을 때 트럼프와 참모들이 격분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리조나는 대표적인 공화당의 텃밭이다. 대선에서 애리조나가 민주당 후보를 택한 것은 1996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 이후 무려 24년만이다.
미 언론들은 애리조나의 '변심'은 트럼프와 매케인의 악연에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매케인은 베트남전 영웅 출신으로 애리조나에서만 상원의원으로 6선을 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오히려 바이든와 가까운 사이였다. 트럼프는 매케인에 대해 "해군사관학교를 겨우 졸업한 멍청이"라며 그의 포로 생활에 대해서는 "적에게 붙잡힌 것이지 전쟁 영웅이 아니다"고 깍아 내렸다. 2018년 매케인이 뇌종양으로 사망했을 때도 트럼프는 장례식에 참석하는 대신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트럼프가 재선을 노리고 대선에 다시 나서자 매케인의 부인인 신디가 저격수로 나섰다. 신디는 바이든 후보의 TV 광고에 출연하고 정권인수 자문단에도 참여했다. 또 선거 직전 미국의 전국지의 USA투데이에 ‘공화당원이 바이든에 투표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트럼프의 패색이 짙어지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신디에게 분노를 쏟아냈다. 보수 논객인 마크 레빈은 4일 트위터에 “신디 매케인에게 축하한다. 우리는 애리조나를 비용으로 치르게 됐다"는 글을 올리자 2만여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댓글로 신디에게 "배신자", "민주당으로 가라"며 비난에 가세했다.
공화당의 또 다른 텃밭인 조지아에서는 흑인 여성인 키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이 조지아의 민주당 지지세를 규합하는 역할을 했다. 보텀스는 코로나가 확산 와중에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소매점 영업 재개를 서두르자 이에 반대하는 등 소신있는 리더십으로 유명세를 탔다.
지난 5월엔 트럼프에 "입을 다물라"고 일갈하며 민주당의 스타로 부상했다.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위가 연일 미 전역을 달굴 때였다. 트럼프는 "급진 좌파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며 배후설을 주장하자 보텀스는 트럼프를 향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제발 그 입을 다물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시위대에게는 “폭력시위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정신이 깃든 도시의 모습이 아니다”며 “미국을 바꾸고 싶으면 투표 등록을 하라”고 호소했다. 이 일로 보텀스는 선벨트(남주지역)에서 민주당을 상징하는 스타가 됐고 바이든의 러닝메이트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선벨트에 보텀스가 있다면 러스트벨트(미 동부의 공업지역)엔 미시간주 주지사인 그레첸 휘트머가 반(反) 트럼프의 중심에 섰다. 미시간은 원래 민주당 전통 텃밭이었지만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며 민주당에 충격을 안겼던 곳. 휘트머는 2018년 주지사에 당선돼 흔들리던 민주당 지지세를 다시 결집시켰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확산 이후 번번히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며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휘트머가 얼마나 눈에 가시였는지 트럼프는 공식 석상에서 매번 휘트머를 직함이나 이름 대신 '미시간에 있는 여자'라고 불렀을 정도다. 대선을 앞두고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렬무장세력이 미시간주 의회를 습격하고 휘트머 주지사를 납치하려는 음모를 세우기도 했다. 지난 대선 때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를 겨냥해 사용했던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 구호를 이번 대선 기간 동안 휘트머에 쏟아냈다.
고은빛 /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공교롭게도 이들 3개 주는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를 괴롭혔던 대표적인 여성 저격수들이 '활약'한 곳이다. 공화당 거물 정치인 고(故) 존 매케인 전 의원의 부인인 신디 매케인, 키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그들이다.
철옹성 애리조나를 무너뜨린 공화당원
미 언론들은 특히 애리조나의 '변심' 뒤에는 신디 매케인이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캠프는 애리조나의 패배에 상당한 큰 충격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 “선거일인 3일 밤 폭스뉴스가 개표율 73% 시점에서 바이든의 애리조나 승리를 점쳤을 때 트럼프와 참모들이 격분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리조나는 대표적인 공화당의 텃밭이다. 대선에서 애리조나가 민주당 후보를 택한 것은 1996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 이후 무려 24년만이다.
미 언론들은 애리조나의 '변심'은 트럼프와 매케인의 악연에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매케인은 베트남전 영웅 출신으로 애리조나에서만 상원의원으로 6선을 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오히려 바이든와 가까운 사이였다. 트럼프는 매케인에 대해 "해군사관학교를 겨우 졸업한 멍청이"라며 그의 포로 생활에 대해서는 "적에게 붙잡힌 것이지 전쟁 영웅이 아니다"고 깍아 내렸다. 2018년 매케인이 뇌종양으로 사망했을 때도 트럼프는 장례식에 참석하는 대신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트럼프가 재선을 노리고 대선에 다시 나서자 매케인의 부인인 신디가 저격수로 나섰다. 신디는 바이든 후보의 TV 광고에 출연하고 정권인수 자문단에도 참여했다. 또 선거 직전 미국의 전국지의 USA투데이에 ‘공화당원이 바이든에 투표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트럼프의 패색이 짙어지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신디에게 분노를 쏟아냈다. 보수 논객인 마크 레빈은 4일 트위터에 “신디 매케인에게 축하한다. 우리는 애리조나를 비용으로 치르게 됐다"는 글을 올리자 2만여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댓글로 신디에게 "배신자", "민주당으로 가라"며 비난에 가세했다.
트럼프에 "입 다물어" 쏘아붙인 시장
공화당의 또 다른 텃밭인 조지아에서는 흑인 여성인 키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이 조지아의 민주당 지지세를 규합하는 역할을 했다. 보텀스는 코로나가 확산 와중에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소매점 영업 재개를 서두르자 이에 반대하는 등 소신있는 리더십으로 유명세를 탔다.
지난 5월엔 트럼프에 "입을 다물라"고 일갈하며 민주당의 스타로 부상했다.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위가 연일 미 전역을 달굴 때였다. 트럼프는 "급진 좌파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며 배후설을 주장하자 보텀스는 트럼프를 향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제발 그 입을 다물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시위대에게는 “폭력시위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정신이 깃든 도시의 모습이 아니다”며 “미국을 바꾸고 싶으면 투표 등록을 하라”고 호소했다. 이 일로 보텀스는 선벨트(남주지역)에서 민주당을 상징하는 스타가 됐고 바이든의 러닝메이트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잃어버린 러스트벨트를 되찾다
선벨트에 보텀스가 있다면 러스트벨트(미 동부의 공업지역)엔 미시간주 주지사인 그레첸 휘트머가 반(反) 트럼프의 중심에 섰다. 미시간은 원래 민주당 전통 텃밭이었지만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며 민주당에 충격을 안겼던 곳. 휘트머는 2018년 주지사에 당선돼 흔들리던 민주당 지지세를 다시 결집시켰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확산 이후 번번히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며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휘트머가 얼마나 눈에 가시였는지 트럼프는 공식 석상에서 매번 휘트머를 직함이나 이름 대신 '미시간에 있는 여자'라고 불렀을 정도다. 대선을 앞두고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렬무장세력이 미시간주 의회를 습격하고 휘트머 주지사를 납치하려는 음모를 세우기도 했다. 지난 대선 때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를 겨냥해 사용했던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 구호를 이번 대선 기간 동안 휘트머에 쏟아냈다.
고은빛 /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