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6일 공식논평을 통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오히려 법원을 공격하고 나섰다.

강선우 대변인은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갔지만 끝내 도착하지 못했다"면서 "김경수 지사는 그간 부당한 억측과 정치적 공세 속에서도 묵묵히 경남도정을 이끌어왔다. 대법원에서 남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늘 그래왔듯 흔들림 없이 도정 활동에 매진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김경수 지사의 '함께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상남도'를 든든히 뒷받침하며 350만 경남도민과 나란히 걷겠다"며 "김 지사의 결백과 무죄를 확신하며 진실 규명에 총력을 다 하겠다. 항소심 선고에 거듭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국민의힘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었다.

반면 민주당 소속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대법원에서 유죄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정권의 탄압'이라고 주장해왔다.

민주당은 검찰이 월성1호기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 전방위 압수수색을 한 것에 대해서도 "정치 검찰의 폭주" "국정 흔들기"로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것은 정치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라며 "검찰은 위험하고 무모한 폭주를 당장 멈추기 바란다"고 했다.

한편 서울고법 재판부는 김경수 지사가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으로 드루킹과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은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는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아 이를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법리판단' 때문이었다.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인사 청탁을 들어주려 했다는 의혹은 2심에서도 사실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1심부터 쟁점이 됐던 '킹크랩 시연회'를 김 지사가 봤다고 판단했다. 김 지사 측은 특검이 특정한 킹크랩 시연회가 있었던 2016년 11월9일 '닭갈비 식사'를 했기 때문에 시연회를 볼 수 없었다고 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이례적으로 이번 재판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정치적, 사회적 위치가 중하고 재판 결과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법원 재판은 피고인이 기소된 사실을 가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김경수 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자 여권은 해당 판결을 내린 재판장을 '양승태(전 대법원장) 키즈'라고 비난하며 공격했었다. 이 같은 전례를 의식해 이번 판결에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드루킹 일당이 피고인(김경수)에게 킹크랩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는 사실이 의심 없이 증명됐다. 피고인의 묵인 하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킹크랩'이라는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직적인 댓글 부대 활동을 용인한다는 것은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김경수 지사를 꾸짖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판결에 대해 "'댓글 작업을 알면서도 긴밀히 협력하고 인사를 추천한 것이 명백'하다면서 정작 1심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공직선거법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김 지사의 불법행위들은 모두 인정되었다"며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지사직에서 물러나야할 것이다. 또한 민주당은 국민에게 공개 사과하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일 것"이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