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메모리 반도체 '빅사이클說 ' 실체 뜯어보니 [노정동의 3분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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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부족에 가격 뛸 것" vs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투명"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다시 한번 '슈퍼 사이클'이 올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이 같은 빅사이클이 구조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2017년의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를 재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데요. 정작 업계에선 이 같은 분석에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보는 메모리 반도체 빅사이클 첫번째 이유는 '기저효과'입니다. 2019년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대형IT 업체들은 반도체 주문을 올해로 미뤘는데요. 그러나 올해 예상치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경영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업체들은 재고 축적을 꺼려했습니다. 당장 필요한 메모리가 아니라면 주문을 미뤘다는 얘긴데요. 올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줄곧 힘을 쓰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 같은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D램 빗그로스(출하 증가율)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올 초 20% 내외에 육박했지만 올해 갑자기 발생한 매크로(코로나19) 영향에 예상 대비 부진했다"며 "이 같은 수요가 내년에는 이연된 수요까지 더해져 기저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올해 코로나19 영향에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내년을 위한 투자를 거의 하지 못했다는 것도 증권업계에서 내년 빅사이클을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자연스럽게 공급에 제약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반도체 설비는 보통 장비 발주 후 웨이퍼 출하까지 9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때문에 내년 메모리 반도체 생산은 라인 대신 오로지 수율을 더 높이는 공정기술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 연구원은 "내년 메모리 생산 빗그로스는 (부족한 설비투자에) 1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D램 수요가 평년 수준인 15~20%로 회복되기만 해도 극심한 공급부족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설비 투자가 주춤한 이유로는 내년부터 현재의 DDR4에서 DDR5로의 전환이 시작될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DDR5는 DDR4 칩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가 증가하는 반면 전력 소모량은 감소하는 차세대 칩 규격입니다. DDR4가 DDR5로 전환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업계에서는 3~4년으로 예상하며, 이 때문에 D램 공급 증가율도 둔화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환경의 어려움 역시 제조사들이 설비투자를 늘릴 수 없는 이유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한 5G 시장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이라는 점도 이유로 꼽힙니다. 당장 올해 코로나19 영향에 5G 스마트폰 출하량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5G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4500만대 수준으로 전망됐습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23% 감소한 규모입니다.
반면 이 기관은 올해의 5G 스마트폰 수요가 내년으로 이연돼 6억700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5G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메모리는 기존 칩 대비 가격이 비싸고 제조사들의 마진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의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당장 올 4분기 메모리 가격 하락은 3분기보다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같은 하락세가 내년이라고 해서 당장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 D램 수요 감소로 하락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PC D램보다 서버 D램의 가격 하락폭이 클 것으로 전망습니다. 이 업체는 올 4분기 서버 D램 가격이 13~18% 더 내려갈 것으로 봤습니다. 공급 과잉이 여전한 데다 코로나19가 당장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서버 D램 고객사들이 당장 데이터센터에 엄청난 투자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입니다. 디램익스체인지도 "D램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올라갈 여력이 없다"며 "올 4분기에 PC D램 가격이 3분기보다 10% 이상 더 떨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설비투자 부진으로 공급제약이 있어 내년 매수자 우위 시장이 끝날 것이라는 증권업계의 분석에도 고개가 갸웃거리는 분위기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전화회의(컨퍼런스콜)에서 업계의 예상을 깨고 올해 반도체 설비에만 28조9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공표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에 전년 대비 반도체 설비 투자를 약 18% 줄일 것이라는 시장 컨센서스와는 반대되는 행보입니다. 이는 2017년 27조3456억원, 2018년 23조7196억원, 2019년 22조5649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삼성전자는 10나노 1세대(1x) 공정을 2세대(1y)와 3세대(1z) 공정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극자외선(EUV) 노광공정을 적용한 4세대(1a) 공정 기반의 D램 양산도 앞두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서버업체들의 재고가 여전히 있는데다 코로나19 장기화를 고려한다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메모리 가격이 급격한 반등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8일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보는 메모리 반도체 빅사이클 첫번째 이유는 '기저효과'입니다. 2019년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대형IT 업체들은 반도체 주문을 올해로 미뤘는데요. 그러나 올해 예상치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경영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업체들은 재고 축적을 꺼려했습니다. 당장 필요한 메모리가 아니라면 주문을 미뤘다는 얘긴데요. 올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줄곧 힘을 쓰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 같은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D램 빗그로스(출하 증가율)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올 초 20% 내외에 육박했지만 올해 갑자기 발생한 매크로(코로나19) 영향에 예상 대비 부진했다"며 "이 같은 수요가 내년에는 이연된 수요까지 더해져 기저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올해 코로나19 영향에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내년을 위한 투자를 거의 하지 못했다는 것도 증권업계에서 내년 빅사이클을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자연스럽게 공급에 제약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반도체 설비는 보통 장비 발주 후 웨이퍼 출하까지 9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때문에 내년 메모리 반도체 생산은 라인 대신 오로지 수율을 더 높이는 공정기술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 연구원은 "내년 메모리 생산 빗그로스는 (부족한 설비투자에) 1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D램 수요가 평년 수준인 15~20%로 회복되기만 해도 극심한 공급부족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설비 투자가 주춤한 이유로는 내년부터 현재의 DDR4에서 DDR5로의 전환이 시작될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DDR5는 DDR4 칩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가 증가하는 반면 전력 소모량은 감소하는 차세대 칩 규격입니다. DDR4가 DDR5로 전환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업계에서는 3~4년으로 예상하며, 이 때문에 D램 공급 증가율도 둔화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환경의 어려움 역시 제조사들이 설비투자를 늘릴 수 없는 이유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한 5G 시장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이라는 점도 이유로 꼽힙니다. 당장 올해 코로나19 영향에 5G 스마트폰 출하량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5G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4500만대 수준으로 전망됐습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23% 감소한 규모입니다.
반면 이 기관은 올해의 5G 스마트폰 수요가 내년으로 이연돼 6억700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5G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메모리는 기존 칩 대비 가격이 비싸고 제조사들의 마진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의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당장 올 4분기 메모리 가격 하락은 3분기보다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같은 하락세가 내년이라고 해서 당장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 D램 수요 감소로 하락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PC D램보다 서버 D램의 가격 하락폭이 클 것으로 전망습니다. 이 업체는 올 4분기 서버 D램 가격이 13~18% 더 내려갈 것으로 봤습니다. 공급 과잉이 여전한 데다 코로나19가 당장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서버 D램 고객사들이 당장 데이터센터에 엄청난 투자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입니다. 디램익스체인지도 "D램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올라갈 여력이 없다"며 "올 4분기에 PC D램 가격이 3분기보다 10% 이상 더 떨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설비투자 부진으로 공급제약이 있어 내년 매수자 우위 시장이 끝날 것이라는 증권업계의 분석에도 고개가 갸웃거리는 분위기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전화회의(컨퍼런스콜)에서 업계의 예상을 깨고 올해 반도체 설비에만 28조9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공표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에 전년 대비 반도체 설비 투자를 약 18% 줄일 것이라는 시장 컨센서스와는 반대되는 행보입니다. 이는 2017년 27조3456억원, 2018년 23조7196억원, 2019년 22조5649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삼성전자는 10나노 1세대(1x) 공정을 2세대(1y)와 3세대(1z) 공정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극자외선(EUV) 노광공정을 적용한 4세대(1a) 공정 기반의 D램 양산도 앞두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서버업체들의 재고가 여전히 있는데다 코로나19 장기화를 고려한다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메모리 가격이 급격한 반등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