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이겨도 '트럼피즘'은 이제 시작이다."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결정됐지만 많은 중국 국내외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극단적 정치와 이에 대한 대중의 지지(트럼피즘)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절반에 가까운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의회 상원은 이번에도 공화당이 과반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역대 공화당 후보 가운대 최다인 7039만표를 획득했다. 2016년 당선 때보다 740만표 더 많다. 득표율은 47.7%로 바이든(50.5%)과의 격차가 2.8%포인트 밖에 나지 않는다.

트럼피즘 대두의 배경이 된 블루컬러 노동자들의 분노, 중산층의 위기, 이념적 갈등 격화와 이번 선거에서 쟁점으로 부상한 '중국의 위협'이 여전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진찬룽 인민대 국제학 교수는 "중국에 대한 견제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공통된 전략"이라며 "바이든에게 너무 많이 기대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바이든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보복적 관세를 되돌리려 해도 공화당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바이든은 2022년 중간선거(주지사·상원 일부와 하원) 승리를 위해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갑자기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컨설팅사인 바워그룹아시아의 머리 하이버트 리서치 대표는 "바이든은 중국이 미국의 지적재산권과 첨단기술을 이용하려 한다는 미 의회의 초당적 인식과 크게 다른 스탠스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바이든이 중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조금만 취하려 해도 공화당의 공세가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관영 영문매체인 글로벌타임스도 "바이든은 방법론만 트럼프와 다를 뿐 중국을 대하는 큰 방향은 트럼프와 비슷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신창 푸단대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1단계 무역합의는 재조정되겠지만 바이든은 기존 합의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후 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 관해선 미국과의 협력이 다소 원활해질 전망이라며 "숨통은 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바이든이 전통적으로 인권을 중시해온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더 어려운 상대를 만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 등을 지속적으로 걸고 넘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또 바이든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했던 국제기구·조약에 재가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중국은 더 난처한 상황이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앞세워 공세를 펼칠 때 입지를 다진 국제기구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