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승리연설에서 “나라를 분열이 아니라 단합으로 이끄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선거캠페인을 하는 내내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해 온 터라 ‘통합’이라는 당선 일성이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거전 내내 미국에서 ‘갈등의 용광로’가 들끓으며 극심한 혼란이 벌어진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리더십의 출현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바이든은 이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나 힐러리 클린턴에 비하면 약체로 평가돼 왔다. 역대 최고령인 데다 수재형이 아니고 화려한 개성도 부족했다. 더구나 정치인으로서의 비전도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으로 비쳤다. 그런데도 미국의 유권자들은 바이든에게 7400만 표를 웃도는 역대 최다 지지를 몰아줬다. “상대를 적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 “미국은 하나”라는 원칙에 대한 강조가 그를 46번째 백악관 주인으로 만든 반전의 주요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바이든의 승리는 ‘적과 동지의 구분’이 아닌, ‘품격 있는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부패한 워싱턴 정가에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왔다. ‘새로운 화두’를 많이 제시했고 ‘다른 정치’를 끊임없이 추구한 덕분에 ‘팬덤’도 만만치 않았다. ‘현직 프리미엄’까지 누린 트럼프가 패배의 쓴잔을 들고 만 것은, 안하무인식 국정 운영에 따른 미 국민의 심판과 분명한 경고메시지다. 바이든의 행보는 트럼프와 달랐다. 뉴욕타임스가 “품격 있는 후보”라며 지지를 선언한 것처럼 특유의 위트와 품위로 유권자들의 신뢰를 끌어냈다. 트럼프가 거칠게 몰아붙일수록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관습은 지금 당장 중단하자”는 바이든의 호소에 귀 기울이는 국민이 많아지는 아이러니도 수차례 목격됐다.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을 다시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겠다”며 ‘미국 정신의 회복’과 ‘민주주의 수호’를 다짐했다. 분열과 편가르기가 횡행한다는 점에서 최근 한국의 사정은 미국보다 심각하다.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가 무시되는 일도 다반사다. 오만과 독선으로 폭주하는 반(反)민주적 정치집단에는 미래가 없다는 미 대선의 교훈을 한국 정치인들도 성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