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통령에 당선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56·사진)은 ‘오바마 닮은꼴’로 통한다. 이민 2세대이자 법조인 출신이고, 중도파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며 비교적 젊다는 점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비슷해서다.

해리스 당선인은 1964년 자메이카 출신 ‘포스트 케인지언파’ 경제학자 아버지와 인도 출신 생물학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자랐다. 그가 흑인이자 아시아계로 통하는 이유다. 전통적으로 미 흑인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문대로 꼽히는 워싱턴DC 하워드대를 졸업했다.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로스쿨을 거쳐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2004년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을 지냈고 2011년엔 흑인이자 여성 최초로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에 선출됐다.

해리스는 2017년 상원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2018년 9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 청문회에서 날카로운 질문으로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작년 6월 민주당 경선후보자 1차 TV토론 땐 경쟁자였던 조 바이든을 매섭게 몰아붙여 인지도를 올렸다.

해리스는 민주당 내 중도파로 분류된다. 의료개혁과 관련해선 민간 보험사의 제한적 역할을 견지하고, 중산층엔 세금을 올리지 않으면서 공공보험제도를 유지하는 안을 지지한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는 사형 반대 등 전형적인 민주당 이슈 외에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진보주의자들과 뜻을 같이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정가는 해리스가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이 첫 임기를 마치면 82세가 돼 재선에 도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리스가 미국 역사상 최초 흑인·아시아계·여성 부통령 기록을 썼다는 점도 ‘후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리스는 7일(현지시간) 당선 연설에서도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내가 첫 여성 부통령이 됐지만 자리에 오르는 마지막 여성은 아닐 것”이라며 “인종차별을 배격하고 기후변화에 맞서 새 미국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