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한 번도 탄 적이 없는데, 보험료가 왜 이렇게 올랐습니까?” 해마다 인상된 실손보험료 안내문을 받아든 가입자들은 보험회사에 이런 항의를 많이 쏟아낸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보험료에 개인별 건강 상태와 의료 이용량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소수의 과다 의료 이용이 나머지 대다수에 전가되는 구조”라고 했다.

"보험금 탄 적도 없는데 왜 맨날 보험료 올라요?"
보험회사들의 통계 자료를 보면 이런 지적은 사실로 확인된다. 2018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 가운데 입원비를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사람이 90.5%에 달했다. 입원비를 한 차례 이상 청구한 사람 중 상위 10%가 전체 지급 보험금의 절반가량(48.5%·1조2141억원)을 받았다. 외래진료비도 마찬가지. 1년 동안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가 69.0%로 조사됐다. 외래진료비 역시 청구자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절반(48.3%)을 타가는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이들 상위 10% 청구자에게 지급된 1인당 평균 보험금은 입원비 598만원, 외래진료비 141만원이었다. 실손보험 상품구조 개편 방안을 짜고 있는 김동환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보험료 차등제의 필요성에는 전반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중증·희귀질환자 등의 의료 이용을 제한하지 않도록 보완 장치를 둘 것”이라고 밝혔다.

실손은 생명보험사보다 손해보험사가 더 공격적으로 판매해왔다. 전체 실손 계약의 82%를 손해보험이, 18%를 생명보험이 보유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가 실손보험에서 본 손실은 2017년 1조2195억원, 2018년 1조3342억원, 2019년 2조4313억원으로 계속 불어났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조2066억원의 손실을 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